개성만점 캐릭터... 스크린셀러 전성시대

모나조 거칠지만 따뜻한 '완득이'
장애학교 성폭력 파헤친 '도가니'

책에 푹 빠진 독자에게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일종의 ‘보너스’와 같다. 머릿속에 그렸던 흐릿한 주인공과 어렴풋한 풍경이 눈앞에 또렷이 나타날 때의 짜릿함과 생생함은 독서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그런데 이제 그 즐거움이 방향을 달리하고 있다. 탄탄한 원작을 배경으로 영화를 주목하던 것에서, 영화 개봉으로 원작을 재조명하는 현상이 바로 그것. 이른바 ‘스크린셀러’로 통하는 원작들이 주목받고 있다. 소설의 영화화는 독자에게 탄탄한 구성과 흥미로운 줄거리를 약속하는 일종의 보증서인 셈이다.

 

이번 가을에는 개봉을 앞둔 ‘도가니’와 ‘완득이’가 가장 주목받는 스크린셀러로 등극했다. 출간 당시 이미 속도감 있는 전개와 예리한 통찰력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원작들이다. 영화 감상에 앞서 책을 통해 자신만의 스크린을 그려봄은 어떨까.

 

 

■완득이(김려령, 창비)

 

2008년 출간된 완득이는 국내 소설 중 좀처럼 보기 드문 청소년 성장소설로 서구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일본소설 ‘Go’와 비교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열일곱 살 소년 도완득은 집이 가난하고, 성적도 엉망이지만 싸움에만 열 올리는 철부지다. 라면에 햇반을 주식으로 하고, 친절한 상대에겐 ‘어쩌라고?’가 대꾸인데다, 얄미운 담임을 죽여주십사 기도하며 싸움에 질 줄 알면서도 꼬리를 내리는 법이 없다.

 

그러나 철부지 반항아 같기만 한 완득이는, 철천지원수에서 애증의 관계로 변하는 담임 ‘똥주’와, 아들에게 끔찍한 난쟁이 아버지, 기억에도 없는 베트남인 엄마, 부잣집 딸에 전교 1·2등을 다투면서도 왠지 완득이에게 관심을 끊지 못하는 같은 반 윤하 등 주위 사람들과 부딪히고, 마음을 열어가며 조금씩 성장해간다.

 

모나고 거칠지만 가슴만은 따뜻한 완득이와 개성 만점 캐릭터들이 연출하는 진풍경은 눈앞에 그대로 그려진다. 출간 이후 50만부 정도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로 지난 6일 영화 제작보고회가 있은 직후 교보문고 일일 판매량이 3배 정도 늘어났다.

 

최용배 청어람 대표가 출간 당시 “첫 몇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이미 가상 캐스팅을 완료했다”고 할 정도로 영화화가 진작부터 고려, 톡톡 튀는 캐릭터와 더불어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되는 스토리가 일품이다. 값 9천500원

 

 

■도가니(공지영, 창비)

 

인기 작가 공지역의 신작 단편 도가니는 지난 2008년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된 원고를 다듬어 2009년 출간됐다. 다음 연재 누적조회수가 1천100만건 이상을 기록하면서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은 도가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성폭행 사건을 바탕으로 현실의 부조리를 파헤친다.

 

남쪽 도시 무진시에 있는 청각장애인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내려가게 된 강인호는,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교사들이 다수인 무서우리만큼 고요한 학교에서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다.

 

부임 첫날 우연히 듣게 된 여자화장실의 비명을 신호탄으로, 청각장애아들에게 공공연히 자행된 구타와 성폭행, 성추행을 알게 되지만, 쉬쉬하는 학교와 경찰에게서 암묵적인 카르텔을 알게 된다.

 

이에 매스컴 등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려 해도, 기득권세력이 사건무마를 위해 갖가지 비열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면서 강인호는 절망만을 안게 되는데….

 

지난 2005년 TV를 통해 알려진 광주시 한 장애인학교에서 자행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쓰인 이 소설은 장기간의 취재 후 집필됐다. 작품 곳곳에 묘사된 폭력과 성폭행의 끔찍한 장면은 읽어내려가기 어려울 정도지만, 작가는 실제 사건의 3분의 1도 채 묘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작가는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감추려는 거짓과 폭력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실체를 제시한다. 값 1만원 성보경 기자boccu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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