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사업장에 수천억씩 차명계좌로 우회 대출
토마토저축은행 등 7곳의 부실 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 가운데 차명계좌를 동원해 불법영업을 하는 등 저축은행들의 불법대출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경영진단을 마친 전국 85개 저축은행에서 이같은 불법행위를 포착했다고 19일 밝혔다.
토마토·에이스·파랑새 등 영업정지된 3개 저축은행은 사실상 대주주가 직접 운영하는 사업장에 다른 대출자를 내세워 몰래 돈을 빌려줬다가 금감원의 계좌추적에 덜미를 잡혔다.
사업장마다 불법대출은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저축은행의 경우 경기도 소재 개발 프로젝트 2곳에 빌려준 돈이 4천800억원과 1천600억원씩으로, 전체 자산의 70%인 6천400억원에 이른다. 이들 사업장은 애초별도의 시행사를 내세웠지만, 현재는 ‘직영 사업장’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저축은행도 이와 비슷하게 여러 개 차명계좌를 통해 대출을 은폐·축소하는 수법으로 대주주가 사실상 소유한 업체에 우회적으로 돈을 대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대출 한도를 넘긴 대출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뿐 아니라 적기시정조치(부실 우려금융회사에 대한 조치)를 받지 않은 나머지 저축은행에도 만연한 현상으로 나타났다.
대출한도란 동일인에 대한 대출 총액이 저축은행 자기자본의 20%(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25%)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을 말한다. 저축은행들이 저지른 불법 가운데 약 90%가 한도 위반이다.
대주주 대출과 한도위반 대출은 손실가능성이 큰 것으로 간주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고, 충당금 적립액만큼 자기자본은 감소한다. 이는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급감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에이스저축은행과 토마토저축은행은 BIS 비율이 1년 사이에 8.51%와 9.45%에서 -51.10%와 -11.47%로 약 60%p와 20%p씩 떨어졌다.
금감원은 검찰과 협의해 조만간 이들 저축은행을 수사의뢰할 방침이다.
구예리기자 yell@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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