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자녀 결혼비용 날릴 판... “설마 했는데…” 예금자들 패닉 은행 앞 수십여명 몰려 항의 빗발
현장속으로
토마토 등 저축은행 7곳 영업정지
“설마 설마 했는데…내 노후자금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금융위원회가 18일 정오 7개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자 성남 토마토 저축은행 본점 앞에는 패닉상태에 빠진 예금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예금자들의 애타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토마토저축은행 본점의 정문은 굳게 잠긴 채 부실 금융기관으로 결정돼 영업정지조치를 취했다는 경영개선명령 공고문만이 매정하게 붙어있었다.
공고문을 읽던 장모씨(65·여)는 “한 달에 20만원씩 들어가는 적금과 6천여만원이 통장에 들어있다”면서 “노후자금으로 쓰려고 영감한테 구박을 받으면서 악착같이 일을 해서 모은 돈인데 이젠 어떡하냐”며 눈물을 흘렸다. 자식들 결혼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10년 전부터 토마토은행과 거래했다는 조모씨(50)는 “사흘 전 400만원을 입금하려고 했더니 은행 직원이 통장 잔고가 5천만원이 넘어 다음번에 입금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다”며 “곪아 터질 때로 터진 은행이 고객들에 사기 친 것을 눈치 채지 못한 게 한스럽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업정지 소식을 전해들은 예금주들이 60여명까지 모여들면서 ‘내 돈 내놔라’, ‘문을 부수고 우리가 들고 일어나야 한다’는 격앙된 목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같이 항의가 빗발치자 오후 2시54분께 은행 직원 3명이 내려와 정문은 열지 않은 채 19일 오전 9~10시, 오후 1~2시 두 차례에 걸쳐 신흥3동 주민센터에서 예금자 설명회를 개최하겠다는 공고문만 붙이고 들어갔다. 토마토저축은행 수원점에도 이날 오후 12시40분부터 경찰 10여명이 긴급 출동한 가운데 100여명의 예금자가 몰려들어 앞다퉈 항의했다.
주부 한모씨(34·권선동)는 “불안해서 이틀 전에 3천500만원 예금을 해지하러 왔었는데 직원이 괜찮다고 해서 그냥 돌아왔다”며 “다 거짓말이었다. 보장해 준다는 말도 못 믿겠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1년 정기예금으로 1억원을 예치해 다음달 만기를 앞둔 이모씨(76·매탄동)도 “아무 걱정 말고 넣으라는 말에 1년 만에 무슨 일이 생길까 싶어서 돈을 넣었다”며 “팔십 평생 모은 재산이 하루 아침에 잘못되게 생겼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에 김수진 수원지점장(42)은 예금자들 앞에서 “월요일 9시부터 수요일 영업종료 시까지 5천만원 이하 예금자들에게 하루 300명씩 번호표를 나눠준 뒤 목요일부터 가지급금 2천만원을 지급하겠다”며 “고객들이 모두 예금을 인출하면 정상영업이 어려워지니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인천지역에서도 남동구 구월동에 본사가 있는 에이스저축은행과 토마토저축은행 송도국제도시 지점이 영업 정지되면서 9만여명의 예금주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 한편 토마토, 제일 등 7개 부실 저축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미만(토마토 -11.47%, 에이스 -51.1%)이고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 금융당국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영업정지됐다.
특별취재반=문민석·구예리·장혜준기자 wshj222@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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