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부동산에 언제 햇살이 찾아올까. 주택시장과 부동산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걱정하는 시민들이 많다. 부동산 광풍의 진원지였던 아파트에도 냉기가 서린지 오래다. 호황을 전제로 세웠던 각종 계획들이 무산되거나 지연되면서 경제와 재정위기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무거운 분위기는 인천도 예외가 아니다. 가을이 다가오고 있지만 212개의 재개발·재건축지역에 반가운 소식들은 없다.
오히려 일부 지역에서는 사업을 둘러싼 각종 소송이 진행 중이다. 조합·비대위·시행사·개인소유자 사이에서 보상금과 사업 지체 등을 둘러싼 갈등이 심각하다. 갈등의 요소를 양산한 바탕에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8월30일 위헌으로 판단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8조 제4항도 한 몫을 했다. 민간이 행정주체가 되도록 하면서 재산권을 침해할 경우 요청되는 근거와 내용이 분명치 않게 법률이 규정했기 때문이다. 사업주체를 둘러싼 논쟁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뜻이다. 지금은 각 주체 사이에서 일어난 갈등과 소송 때문에 행정주체가 개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사이에 재산권 제약이나 환경악화 등으로 주민들의 삶이 더 고통을 받고 있다. 민간과 시장의 자율에 의한 도시개발 방식이 오히려 개발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인천발전연구원에서는 서울 강동구의 서원마을을 주목했다. 그곳은 단독주택의 리모델링 사례이자 새로운 공동체 형성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원마을은 암사동 선사 유적지 앞의 1만평의 면적에 건물 64동, 156세대에 245인이 거주하는 곳이다. 주민들의 말처럼 수십년간 문화재와 각종규제로 개발이 되지 않은 곳이다.
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담장을 허물고, 꽃과 나무를 심은 것이다.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최초 동기는 주차문제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를 대변하듯이 집집마다 대문이 있던 자리에 2대의 주차공간을 만들었다. 보행자 중심으로 도로도 단장했다. CCTV로 방범시스템도 구축하였다. 그 결과 이웃주민들 간의 왕래와 소통도 훨씬 좋아졌다. 또한 담을 허물고 나니 바람 길이 살아나 집안을 맴돌던 습기와 곰팡이가 모두 없어졌다고 한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우선 다양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기 위한 워크샵을 전문가와 함께 수차례 개최했다. 마을의 미래, 마을 공공사업의 우선순위, 집앞 가꾸기, 마을 공간 찾아 가꾸기 등에 대한 논의를 통해 3층(11m) 건축이 가능하지만 주민들이 총회결의를 통해 2층(8m) 이하로 낮추었다. 또 그린존을 설치해 대지 경계선에서 3미터 떨어져 집을 짓도록 했고, 술집이나 음식점 등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용도를 단독주택으로 제한했다. 재산권보다 햇빛이 잘 드는 마당을 원하는 주민들의 소망이 실현되었던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그것은 주택과 부동산이 매매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팔리지도 않던 주택들이 매매되기 시작하였고, 쳐다보지도 않던 마을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마을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면서, 대지가격도 많이 올랐다고 한다. 그동안 인천은 기존의 주택을 모두 철거하고,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그러나 서원마을은 단독주택 지구의 경우 새로운 개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삶의 질도 개선하고, 부동산의 가치도 올리는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와 강동구는 마을회관 건립과 인프라 지원에 36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했다. 서원마을은 주민이 주도하고, 행정이 지원하는 새로운 도시 만들기 방식이다. 때마침 국토해양부도 소규모의 마을 만들기와 도시재생 사업을 통한 주택이나 재정비 계획을 입법예고 했다. 연구원들이 흘린 땀들이 주택시장과 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는 가을 햇살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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