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하철 2호선 건설업체 ‘경영난 이유’ 공사 포기

영세 납품업체들 6억원대 떼일판 원청업체도 이미 대금 지불… 66개업체 대책마련 호소

“공공기관에서 시민들 타는 지하철 만든다고 해 더 열심히 수개월 동안 딴 일 제쳐가며 납품했는데, 일한 돈도 못 주겠다고 하니 답답해서 밤에 잠도 안 옵니다.”

 

인천지하철 2호선 공사에 참여한 A건설업체가 경영난을 이유로 공사포기를 선언하면서 A업체에 자재 및 장비를 납품한 60여 개 지역업체들이 비용을 받지 못할 상황에 놓여 있다.

 

30일 인천도시철도건설본부와 A건설 채권단에 따르면 인천지하철 2호선 207공구(서구 가좌나들목~가정오거리)에 하청업체로 참여한 A업체가 최근 경영난을 이유로 공사를 포기했다.

 

이 과정에서 B주유소는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A업체에 기름 90드럼(3천109만 원 상당)을 납품했지만 약속한 금액을 주지 못하겠다는 통보만 받은 채 전혀 이 금액을 받지 못하고 있다.

 

C업체도 자재비 6천176만 원 상당을 받지 못했으며, D업체도 1천266만 원을 받지 못하는 등 화약, 사무집기, 발전기, 식당에 이르기까지 66개 업체, 미지급금이 6억3천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대부분 지역 영세업체들인 이들은 A업체가 경영악화를 이유로 지급거부 의사를 나타내자 원청업체인 B건설과 공사발주 기관인 인천도시철도건설본부에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A업체는 B건설에서 공사비 명목으로 총 14억2천만원을 받았지만 이 중 일부만 지급한 채, 회사 자금사정이 악화돼 파산 절차를 진행할 돈도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원청업체인 B건설도 “이미 진행된 공사대금을 A업체에 지불한 만큼 이를 대신 지불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주장이며, 발주처인 인천도시철도건설본부도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일로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도시철도본부 관계자는 “현재 B건설에서 자재 및 장비비 40%를 보상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지만, 그 비용을 100% 부담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며 “건설본부에서도 예산과 당초 정해진 공사비가 한정된 만큼 이들을 위해 추가 공사비를 투입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관급공사를 믿고 납품했던 영세업체들은 납품대금을 떼일 수 밖에 없고 저가 입찰로 진행되는 인천도시철도 공사 현장에서 같은 일이 빈번히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영세업체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용준기자 yjunsay@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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