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함에 따라 그동안 잠재해 있던 국가채무 문제가 세계경제의 위험요인으로 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재정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경제는 물론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재정적자는 GDP의 10.5%(2010년)로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고 수준이며, 국가채무는 GDP 대비 62.0%(2007년)에서 92.8%(2010년)로 급증했다.
미국의 채무 급증은 향후 미국경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잠재적인 위험요인으로 평가되어 미국의 대외신인도 하락과 달러 가치 하락으로 작용하여 우리나라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주식시장의 경우 미국의 재정지출 감축으로 인한 경기회복지연, 신용등급 강등 영향으로 인한 국제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현상으로 급락했다.
문제는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대응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은 금융위기 직후부터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더는 금리를 낮출 수 없어서 다른 정책 수단이 없다. 부채상한을 조정하면서 재정지출을 줄이기로 한 만큼 재정정책으로 대응할 수도 없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달러를 찍어 시장에서 채권을 사주는 ‘3차 양적완화’를 취할지가 관심이지만 1, 2차 양적완화에도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부정적인 시각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때문에 FRB가 쉽게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미국 국채 발행 비용이 비싸져 금리가 오르고 자금조달 비용이 1천억달러 더 늘어날 수 있다. 미국 국채의 가치가 떨어지면 이를 보유하던 다른 국가는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전 세계 시장에서 미국 국채에 대한 투매를 유발할 수도 있다.
이자율 상승으로 소비나 투자로 흘러가지 못하고 이자 지급 등에 사용된다면 경제 성장률 둔화를 가속하고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해 실업률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미국 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미국 경제의 더불딥이 지속된다면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은 결과적으로 수출에 타격을 주며 국내 소비와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금년도 4%대의 성장률 목표가 어려울 수 있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산업은 자동차, 철강, 화학과 IT 관련 산업이 예상된다. 경기도의 경우 전자 부품, 영상 음향 및 통신 장비 산업에서 선진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약 40%에 달하고 자동차 산업이 경기도 전체에서 12%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지역경제에 타격이 예상된다.
그 다음으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 예상된다. 금융시장 불안 증폭으로 불안해진 외국인들은 안전자산을 찾아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내다팔고 있고 이 자금(원화)이 외환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급등으로 이어져 원화 강세가 예상된다.
이는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로 이어진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 등으로 단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달러화 약세의 영향으로 다시 강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될 것이 예상되므로 환리스크의 회피 전략이 요구된다.
한국 경제는 외화유출에 따른 외환시장 충격으로 환율이 상승하고 원화 부족이 발생하여 신용 경색으로 인한 주가지수 하락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실물경기 타격 등의 경로를 밟을 수도 있다.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경우 수출비중이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경기가 하락하게 되므로 경기지역에서도 지역경제의 내수를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산업별 주력 상품에 대한 맞춤형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세계 경제의 부진으로 선진국들이 수입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대비해 수출대상국의 규제 변화와 정보의 분석 대응으로 우리 수출 기업의 피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기흥 경기대학교 경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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