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어쩌나…” 서민들 분통

농협 등 문의전화 빗발 영세상인 자금줄 막혀 ‘예고없는 정책’ 비난

현장속으로 가계대출 전면 중단 첫날

 

“이달말까지 중도금 치르기로 했는데…”

 

얼마전 수원시 인계동의 24평형대 아파트를 2억7천500만원에 사기로 하고 2천500만원의 계약금을 치른 이모씨(44·여)는 은행들이 대출을 갑작스레 중단했다는 소식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담보대출을 받아 집값을 치르려던 계획이 틀어져 당장 목돈을 마련할 길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18일 도내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시중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신규 가계대출을 이달 말까지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개인 사업자나 주택 구입자 등 대출을 받으려던 서민들이 갑작스런 어려움에 처했다. 사업장 운용 자금이나 아파트 입주 등의 연기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자체 지침에 따라 지난 17일부터 전 지점에 주택담보대출, 모기지론, 신용대출 등 신규 가계대출을 중지한 농협의 경우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농협중앙회 수원 A지점 관계자는 “개인사업자금이나 가계자금은 17일부터 전면 중지됐다. 이 때문에 대출이 가능하냐는 문의전화가 쉴틈없이 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지점에는 문의 전화 외에도 대출 상담을 하러 왔다가 ‘안된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되돌리는 고객들이 수시로 눈에 띄었다.

 

자영업자 김모씨(45)는 시중은행에서 당장 필요한 추석 자금 대출이 어려워 고금리의 제2금융권을 이용할 처지에 놓였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김씨는 “추석을 앞두고 자금을 묶어버리면 당장 급전이 필요한 영세 상인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결국 저축은행이나 사채를 써야 하는데 몇 개월 후 수십 %인 사채 이자를 견디지 못해 파산하는 상인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기업을 운영하는 서모씨(43) 역시 “추석을 앞두고 갑자기 대출을 중단한다는 것은 영세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은 명절날 손가락이나 빨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며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이같은 정책을 펼치는 것은 국민들은 눈곱만치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회사원 이모씨(30)도 “새로 차를 사기 위해 기존에 타던 차를 지인에게 싼값에 넘기기로 하고 지난달 새차를 계약했는데 갑자기 대출을 중단하면 2천만원 가까이 되는 현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냐”며 “결국 서민들을 고금리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흥분했다.

 

유진상기자 dharma@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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