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의 한심한 환경정책

사람은 자연에서 태어나고, 자연에서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은 공기, 물, 꽃, 꿀벌, 과일처럼 인간에게 필요하고 유익한 것도 있지만 뱀, 쥐 같은 동물은 혐오스럽고 사람에게 백해무익(百害無益)한 것도 있다. 그러나 그런 동물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자연이고 또 자연 생태계인 것이다.

 

많은 동물들은 이른 봄에 수태(受胎)하고 5~6월이 되면 새끼를 낳는다.

 

동물에 따라 1~2마리의 새끼를 낳는 경우도 있지만 멧돼지는 한꺼번에 10마리 이상 새끼를 낳기도 한다. 그러나 난폭한 멧돼지도 어린 새끼는 아주 귀엽다. 특히 5~6월에 꿩이 어린 새끼 병아리를 데리고 먹이를 찾아다니는 것을 보면 자연을 사랑하고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생명의 신비를 느낄 것이고 감정이 풍부한 사람은 조물주의 위대함에 감동할 것이다.

 

그러나 동물 수태기인 지난 3월부터 전국의 일선 시·군에서 유해야생동물 대리포획을 허가했고, 특히 일부 시·군에서는 한꺼번에 10~28명까지 대량으로 유해야생동물 대리포획을 허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시·군에서는 유해야생동물 대리포획을 허가하면서 새끼 밴 동물과 새끼를 거느린 동물에 대한 포획금지 등 어떠한 허가 조건도 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엽사들은 새끼 밴 동물과 새끼가 있는 멧돼지 등 야생동물을 엽총으로 마음껏 잡을 수가 있다. 환경부 또한 ‘야생동물 수태기(受胎期) 및 출산기 포획허가’와 관련된 지침을 일선 지방자치단체에 하달한 사실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참으로 한심하고 잔인한 일이다.

 

더 큰 문제는 농수산 검역 검사본부(구 수의과학 검역원)가 ‘돼지열병 예찰활동’을 위해 전국의 20개 시·군에 멧돼지 2천마리를 포획하도록 각 지자체에 요청했고, 요청받은 시·군에서는 지난 6월 중순 이를 허가했던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농수산 검역 검사 본부를 직접 방문해 시정을 촉구했고, 환경부에 포획행위 중지를 요청했던 것이다. ‘돼지열병 예찰활동’은 야생 멧돼지의 열병유무를 확인하고 또 열병에 대한 항체가 있는가, 하는 것을 관찰하는 것으로 수태기에 멧돼지를 잡아야 할 긴급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환경부는 포획허가중지를 각 지방자치단체에 지시하므로 지난 2011년 7월 15일 포획허가는 전면 취소됐다. 이와 같은 파행적인 야생동물 포획행정은 환경부의 정책부재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필자는 이를 매우 개탄스럽게 생각한다.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새끼 밴 동물과 어린 새끼가 딸린 어미를 마구 잡는다면 그 사회는 야만인이 살고 있는 사회라 할 것이다. 특히 국가가 새끼 밴 동물과 어린 새끼가 딸린 동물을 잡을 수 있도록 조건 없이 허가 한다면 그 국가는 환경에 대해 아무런 개념조차 없는 미개국(未開國)인 것이다.

 

남자들이 정력에 좋다는 ‘애저탕’이라는 요리가 매우 인기가 있어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애저탕’은 새끼 밴 돼지를 잡아 어미 배속에 있는 새끼를 끄집어 내어 요리한 것이다. 특히 임신한 야생 멧돼지를 잡아 만든 ‘멧돼지 애저탕’은 없어서 못 파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동물과 사람의 모성애는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고, 어린 새끼의 울음소리를 듣는 애절한 어미의 마음은 동물과 사람 또한 같을 것이다.

 

어미를 잃고 울부짖는 새끼의 울음소리와 어미 뱃속에서 출산을 기다리며 숨 쉬고 있는 생명의 신비와 존엄을 환경부는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단속 지상주의의 저급한 정책이 아니라 깊이 있는 환경정책을 입안해야 할 것이다.

 

/오수진 한국총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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