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여만에 경기도청을 다시 찾아 청내 직원들과 이야기를 섞다 보니 가장 큰 화두는 역시 김문수 지사의 대권 도전이다. 이인재 전 지사를 시작으로 한 경기도지사의 대권도전은 아직까지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경기도에 근무하는 공무원들과 경기도민에게는 가장 큰 관심거리이자 어쩌면 밖으로는 표출하지는 못하지만 가슴속 응어리와 같은 숙원이자 염원일 것이다. 그래서 공무를 떠난 사담자리에서 김 지사의 향후 행보가 도마위에 오르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일지도 모른다. 또한 도청의 수장인 만큼 부하직원들의 시선과 귀 기우림이 쏠리는 당연지사일 수도 있다.
이런 와중에 두자리수 지지율을 기록하던 김 지사의 각종 여론조사가 최근에는 한자리수 초반으로 급락하고 있어 보는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왜일까? ‘김 지사와 김 후보’로서의 행보 차이를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가 많다. 김 지사와 김 후보 모두 경기도민 더 나아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자리인 것은 분명하나 그 역할을 바라보는 시각은 엄연히 다르다.
김 지사는 경기도민의 수장으로서 항상 주민 곁에서, 혹은 현장에서 거침없이 서민들과 어울려 경기도민이 바라는 청사진을 하나하나 실현해 나가는 ‘행정가’의 모습이면 1천200만 경기도민은 당연 그를 최고의 도지사로 칭송할 것이다.
실제 김 지사는 무한돌봄, 1일 택시기사 등 서민들과 밀접한 정책을 수립하고 그 현장을 지키면서 상당한 지지를 이끌어 냈다. 그렇지만 김 후보로서의 행보는 이런 실천적 요인에다 국정을 이끌어 갈 철학적인 측면을 더 가미해 줄 것을 요구한다. 최근 ‘여성비하 발언’이 김 지사의 발목을 잡는 것도 단지 말 실수가 아닌 그가 갖고 있는 여성에 대한 철학의 한 단면이 은연중 표출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런 관점에 전환의 계기를 기다리는 김 지사는 ‘Out of sight, out of mind’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도서도 멀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간에 눈 앞에 보여야 관심을 쏟는다. 눈에서 멀어지면 점차 마음에서도 멀어지기 마련이다.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지긋지긋한 폭우로 경기 북동부에서 40여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수백ha의 논이 물에 잠기며, 4천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을 때 김 지사는 휴가를 즉각 중단하고 도청으로 들어와 곧바로 피해현장으로 달려갔다. 이후에도 그는 연일 수재민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아픔을 달랬다.
물론 도민의 수장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지만 피해 소식을 접하자 마자 휴가를 접고 귀경하면서 트위터에 피해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리며 도민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글을 남긴 것은 일반적인 행정이라기 보다는 평소에 그가 갖고 있던 ‘도민 사랑’의 한 단면의 표출이다.
그런 그를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김 후보 역시 김 지사와 같은 행보를 보였을 것이다. 문제는 단지 수해현장을 다녀갔다가 정부를 향해 ‘대책’운운하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잊는 그런 ‘보여주기식’행보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분명 현장뿐 아니라 사후대책까지 마련하는 살아있는 행정수장이지만 김 후보는 자칫 돌아서면 ‘허명’에 그칠 공산이 크다. 김 지사의 지지율이 김 후보가 되면서 떨어지는 요인중의 하나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민주공화국 출범이후 우리는 수많은 정치인을 보아왔다. 대통령으로서, 혹은 총리로서, 또는 국회의장이나 국회의원으로서 나름대로 훌륭하고 역사에 남을 업적을 남겼던 그들이었지만 어떤이는 비판을, 어떤이는 지금도 존경을 받고 있다.
반면 상당수 인사들은 현재는 아예 평가도 없이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애증과 비판도 눈앞에 보였을때 더욱 강할 수 밖에 없다.
김 지사는 김 후보가 되기전에, 혹은 되서라도 도민들이나 국민들의 눈앞에서 사라져서는 안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눈앞에서 사라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질 가능성이 더욱 높기 때문이다.
비록 혹독한 비판을 받아 지지율이 떨어져 있지만 다시금 무모하리 만치 날뛰는(?) 의욕에 찬 김 지사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일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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