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철 농촌진흥청 유해생물과장
“나는 강소농(强小農)이다”
요즘 시장에서 먹을거리를 고르는 주부들의 근심이 크다. 하루가 다른 장바구니 물가에 한숨을 쉬고, 나아가 식탁에 오르는 농산물이 우리 가족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지, 품질은 어떤지 고민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이러한 소비자의 고민은 고스란히 우리 농업이 헤쳐 나가야 할 큰 파도다.
밖으로는 국내시장의 문호 개방을 압박하는 세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상기후로 인해 ‘100년만의 폭우’가 쏟아지는가하면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 구제역 파동까지 우리 농업이 넘어야할 위기의 파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뿐만 아니라 농업은 기존의 1차 산업을 넘어 제조와 가공, 서비스 산업을 포괄하는 6차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정보(IT)·바이오(BT)·녹색기술(GT) 등을 융·복합하면서 그 영역을 넓혀가는 등 미래 농업을 향한 파도 또한 일렁이고 있다.
파도를 탈줄 모르는 사람에게 큰 파도는 분명히 재앙이다. 그러나 파도타기를 즐기는 서퍼들은 파도의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파도가 크면 클수록 환호한다. 위기의 파도와 기회의 파도는 다르지 않다. 아무리 큰 파도라도 잘 올라타면 기회의 파도가 된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우리 농업에 닥친 위기와 변화의 큰 파도를 ‘강소농 육성’이라는 서핑보트를 타고 기회의 파도로 만들어 가고 있다.
강소농(强小農)이란 ‘작은 경영 규모지만 혁신역량을 갖추고 경영목표를 지속적으로 달성하는 농가’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농가 호당 경지면적이 평균 1.46ha로 미국과 비교하면 1/100 수준에 불과하다. 영농 규모도 1ha미만인 소농(小農)이 전체 농업경영체의 64%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우리농업의 근간을 이루는 소규모 가족농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농업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이나 경영진단을 전문가가 컨설팅해주고 있다. 또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찾아볼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을 하는 등 다양한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 1만 5천 농가를 시작으로 매년 2만 농가씩 확대해 2015년까진 10만 강소농을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강소농에 선정된 농업경영체에는 경영진단을 통한 개선으로 ‘소득 10% 올리기’를 도울 예정이다.
작년 10월 타임지에 실린 ‘프랑스 농촌을 살리는 방법’이라는 칼럼에서는 전형적인 소농구조인 프랑스 농촌을 살리는 대안으로 ‘창의적인 농업’을 제시했다. 신선한 아이디어로 농촌에 새 바람을 일으킨 프랑스처럼 강소농을 통해 우리 농업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 나갈 때 한국농업은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를 수 있다.
요즘 ‘나는 가수다’라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다. 가수들이 기존의 노래를 편곡해 부르면 현장에 모인 청중평가단이 순위를 매기는, 일종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그중의 하나는 ‘주어진 미션곡을 창의성을 갖고 편곡하고, 최선을 다해 경쟁하는 것’에 있지 않나 싶다.
매주 새로운 곡을 뽑아 도전해야 하는 가수들에게 이 미션은 위기와 변화의 파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곡을 자신의 목소리에 맞게 바꾸고 끊임없는 연구와 연습을 통해 완벽히 소화했을 때, 시청자들의 환호와 사랑 그리고 자신의 음악적 발전이란 기회로 돌아온다.
진정성을 가진 그 모습자체가 가장 인간다운 아름다움이다. 농업도 다르지 않다.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과 처한 상황 속에서 융통성을 발휘하고 거침없는 도전을 통해 머지않아 ‘나는 강소농이다’를 자신 있게 외치는 희망찬 한국 농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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