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명탐정과 괴도들 한눈에…

유명잡지 수록 라이벌들의 에피소드중 엄선 시대상 보여주는 삽화 70여컷도 흥미 자극

19세기 말 영국에서 수입이 변변치 않았던 의사 아서 코난 도일이 탄생시킨 가상 캐릭터 ‘셜록 홈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의 활약에 열광하지 않은 이가 없을 터. 이를 방증하듯 셜록 홈스는 100년 넘게 탐정의 대명사를 지키며 영화와 뮤지컬 등 다양한 매체에 등장해 ‘셜록키언’을 양성하며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수많은 사건을 해결하면서 짜릿한 지적 추리의 즐거움을 선사한 그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었다. 국내 셜록키언 1세대로 꼽히는 故 정태원이 번역한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비채 刊)’이 바로 그것.

 

셜록 홈스는 보통 사람을 뛰어넘는 두뇌를 가졌으면서도 불완전한 인간적 면모로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그를 전적으로 이해하고 돕는 왓슨과 함께 수많은 사건을 해결하는 연작은 당대 문학계에 추리 소설 붐을 일으켰을 정도다.

 

당시 많은 작가가 셜록 홈스의 성공에 자극받아 그에 버금가는 수많은 명탐정을 만들었다. 이 같은 추리소설 대중화의 교두보가 된 것은 대중잡지였다. 잡지에 풍부한 삽화를 곁들일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해 많은 독자에게 보급된다는 장점 때문. 곧 미스터리 문학의 황금시대를 열고 영미 문학사의 한 획을 그었다. 바로 이때 탄생한 수많은 명탐정과 그 시대를 통칭하는 대명사로 서명인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이 등장한 것이다. 책은 명탐정을 세상에 내놓은 코난 도일의 미발표 단편을 비롯해 셜록 홈스에게 도전한 9명의 작가와 그 작품 등 30여 편을 담고 있다.

 

1891년 1월 창간된 전설의 잡지 ‘스트랜드 매거진’과 ‘캐셀스 매거진’, ‘피어슨스 매거진’ 등 당시 유명 잡지에 실린 라이벌들의 에피소드 중 엄선된 단편들이다. 한 권의 책으로 당대를 풍미했던 명탐정과 괴도들을 한눈에 만날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다.

 

철저한 논리로 사건을 재구성하는 ‘생각하는 기계’ 밴 듀슨 교수, 아르센 뤼팽의 모델이 됐던 괴도 래플스, 추리작가 앨러리 퀸이 ‘최고의 홈스 패러디’라고 극찬했던 명탐정 헴록 존스, 개성 넘치는 마틴 휴이트, 경찰이 포기한 ‘콜드 케이스’를 소리 없이 해결하는 ‘구석의 노인’, 얼굴과 국적 등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희대의 사기꾼 클레이 대령 등 홈스와 같은 시대를 살며 풍미했던 천재적 명탐정들이 등장한다. 또 시대상을 보여주는 삽화 70여 컷이 수록돼 셜록키언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특히 지난 6월 타계한 정태원 씨가 만년에 직접 선정한 것으로 알려져 책에 대한 신뢰감을 높인다. 정 씨는 한국추리작가협회 회원을 지냈으며 평생 추리소설 원서를 탐독하고 기획 및 번역하는데 삶을 바쳤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가장 셜록키언다운 선물을 남긴 것이다. 값2만 4천원

 

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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