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민자들의 고단한 삶과 애환 서정적 언어로 그려
마흔 셋에 등단한 늦깎이 강현우 작가의 소설집 ‘엑싯 EXIT-출구’(계간문예 刊)가 출간됐다.
작가는 서울교대 졸업, 숙대교육대학원 커리큘럼 전공, 교원대 박사 과정, 국정교과서 집필 12년, EBS 출연 교사 등 화려한 30년간의 교직생활을 뒤로 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8년 동안 미국에서 글쓰기에 전념한 작가가 들고 나온 이번 소설집은 우리의 삶을 ‘미로 속의 길 찾기’로 비유하고 있다.
첫번째 작품 ‘엑싯-출구’에 나오는 대부분의 작중 인물들은 ‘미로속의 길 찾기’처럼 비극적인 환경 때문에 자연주의적인 늪에 함몰되어 있는 모습을 보인다. 미군들에게 성폭행을 당해 처녀성을 잃은 주인공 ‘연의’가 미지의 세계를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여정을 담담하게 그림으로써 삶의 의미를 부여한다.
또 강현우의 시적 문장이 얼마나 아름답고 미술에 대한 식견이 얼마나 넓고 풍부한가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작품 ‘묵직한 삶을 위하여’ 역시, 주인공이 배반의 땅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미로 속에서 묵직한 삶을 위한 길 찾기를 또 다른 상황 속에서 구체화하고 있다.
‘꽃샘바람’은 멜로 드라마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지만 페미니즘 측면에서 작중 인물 두 사람이 허위적인 관습이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비판한 작품이다.
이 창작집의 마지막에 실려 있는 작품 ‘만삭’은 작가가 8년 동안 미국에 체류하면서 관찰하고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쓴 중편이다. 비록 길이가 다소 길지만 이민 아닌 이민으로 미국으로 건너가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삶과 애환을 잘 손질한 시정적인 언어로 리얼하게 그리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독특한 흥미를 가져다주고 있다.
작가 강현우가 8년 동안 미국에 살며 그곳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교민들의 실상, 즉 미국 이민자들이 느끼고 있는 슬픔과 애환을 시정적인 언어를 통해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미국 교민들이 살아가는 고단한 삶을 들어다 보게 하는 단순한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낙원에서 추방된 인간이 이 세상에서 처절하게 살아가며 느끼는 보편적인 경험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스펙트럼이 되고 있다. 값 1만원
강현숙기자 mom1209@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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