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커피와 캔커피가 주류였던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에 들어선 한국은 한마디로 ‘커피 공화국’이 됐다.
1996년 스타벅스 코리아가 국내 시장에 진입한 후 원두커피 바람이 불기 시작해 지금은 대형 가맹점 커피전문점부터 개인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작은 커피숍 등이 도심 곳곳을 장악했다.
그뿐만 아니라 커피 값이 한 끼 밥값보다 비싸도 그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상황이다. ‘커피 열풍’을 반영하듯 출판계에서도 커피 관련 책들이 잇달아 출간돼 눈길을 끈다.
■ 커피밭 사람들(임수진 著, 그린비 刊)
커피 한 잔 값에도 못 미치는 일당을 받으며 일하는 커피밭 노동자의 삶을 보여주는 책. 저자인 임수진 멕시코 콜리마주립대 교수는 전 세계 커피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커피 한 잔, 그 이면에 자리한 노동자를 주목했다.
임 교수는 지난 2001~2003년 코스타리카의 타라수 지역과 페레스 셀레동 지역에서 현지 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직접 커피열매를 땄다. 저자는 그곳에서 만난 노동자와 불법 이주노동자, 원주민 등 가난에 허덕이면서도 삶에 대한 밝은 에너지를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몇 년 후 다시 만난 이들 중 한 사람의 남편이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고, 커피 수확 철마다 코스타리카로 왔던 한 부부가 돈을 벌려고 이러저리 떠돈다는 소식을 끝으로 연락이 끊긴 사례 등은 가슴 아프다.
책은 커피 열풍이 식지 않는 한국에서 먼 나라 커피밭 노동자의 삶을 떠올리며, 커피 한 잔에 얽힌 수많은 이들의 인생을 새겨보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값 1만5천원.
■ 커피 마스터클래스(신기욱 著, 북하우스엔 刊)
커피를 직접 만들고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는 커피 교과서. 저자 신기욱은 뉴욕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커피의 매력에 빠져 귀국 후 개인 커피 공부방인 ‘커피 공방’을 열어 커피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책은 저자가 수없이 반복된 실패를 통해 몸으로 터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완벽한 한 잔의 커피를 만들려면 알아야 할 커피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내 입맛에 맞는 커피콩 고르기부터 실패 없는 로스팅 방법, 나만의 개성을 찾아가는 블렌딩, 다양한 핸드 드립 방법, 나만의 에스프레소 맛 찾기와 에스프레소 커피 응용 메뉴 만들기, 그리고 초보자를 위한 카페 창업 가이드 등이다.
특히 핸드 드립의 모든 과정을 사진을 곁들여 설명하면서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한 섬세함이 돋보인다.
한편, 저자는 2008년 홍대에 카페 ‘마지’를 열고 커피 로스팅, 핸드 드립, 바리스타 전문가 과정 등 세분화된 커리큘럼과 차별화된 교육방식으로 커피 애호가와 카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다. 값2만4천원
■ 커피, 어디까지 가봤니?(조혜선 著, 황소자리 刊)
커피에 대한 열정 하나로 2년 반 동안 아메리카 대륙을 누비고 다닌 바리스타 조혜선의 커피탐험기. 커피가 탄생하기까지의 모든 이야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저자는 21세기형 카페 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시킨 북미부터 세계 최대의 커피 산지 중남미에 이르기까지 총 9개국을 여행했다.
책 속에는 커피의 터전에서 만난 각국의 사람들 이야기뿐만 아니라 커피를 재배하고 가공하는 공정, 커피의 맛을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커핑’ 시스템, 대규모 농장과 대비되는 산골 영세 농장의 현주소 등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커피 세계를 보여준다.
커피는 물론 중남미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도시의 새로운 매력을 전달하는 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값 1만3천900원
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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