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채무자 19만명 이자탕감·원금도 감면

서울보증보험, 서민금융 지원 ‘특별채무 감면’

학자금 대출을 받고 원금은 커녕 이자도 갚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승합차, 화물차 등을 할부 구입했으나 장기 연체에 시달렸던 19만명에 달하는 채무자들이 연체이자를 탕감받고 ‘신용불량자(금융채무불이행자)’ 꼬리표를 뗄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금융 지원대책의 일환으로 서울보증보험이 ‘특별채무 감면’을 실시, 19만327명의 이자탕감과 원금감면에 나선 것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보증보험(사장 김병기)은 다음달부터 올해 말까지 서울보증이 대출보증을 공급한 86만3천193명 가운데 연체기간이 10년 이상인 19만327명(22.0%)의 특별채무 감면 방침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10년 이상 연체로 채무 회생조치 불가피

 

기초생활자·중증장애인 원금 50% 감면

 

시장경제 역행·지나친 포퓰리즘 우려도

 

서울보증은 연체기간이 10년을 넘어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된 이들 채권의 연체이자를 모두 탕감해 줄 뿐만 아니라 원금은 최대 30%까지 깎아주고, 1~3급 중증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는 50%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서울보증이 금융기관 등에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고 이들에게서 받아야 할 구상채권은 원리금 합계 8천964억원으로, 전체 구상채권의 15.8%에 달하는 규모다.

 

이 중 가장 많은 대출보증 유형은 소형승용차, 승합차, 화물차, 특장차 등을 생계 목적으로 할부 구입하고 보증서를 받은 5천만원 이하 할부보증 13만1천750명(3천675억원)이다.

 

또 3천300만원 이하 소액대출자 3만6천141명(3천224억원)과 5천500만원 이하 생활안정자금대출 3천162명(498억원)을 갚지 못한 부실채무자도 수혜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학자금대출자 1만3천707명(506억원)과 신원보증자 5천567명(1천60억원)도 특별채무 감면을 받을 수 있게 됨에 따라 학업을 위해 빚을 진 서민들이 정상적인 사회생활로 진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특별채무 승인을 받은 채무자는 감면된 원금을 최장 60개월에 걸쳐 분할 상환하며, 원금 분할상환을 시작함과 동시에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 등록이 해지된다. 분할 상환 기간에도 역시 이자는 받지 않기로 해 부담은 더욱 경감된다.

 

이같은 채무 회생 조치는 회수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채권을 받아내는데 인력과 비용을 소모하느니 그동안 쌓인 이자는 과감히 탕감해주고 원금 일부라도 나눠 받겠다는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보증 관계자는 “이자가 원금보다 훨씬 많아진 금융 탈락자에게서 신용불량자라는 멍에를 벗겨주고 이들에게 경제적 자활 기회를 주는 일종의 사면·복권과 비슷한 취지”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100만명을 웃돌 정도로 서민금융이 흔들리고 있어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금융당국은 이밖에도 비싼 이자를 싸게 바꿔주고, 낮은 금리로 생활비나 사업자금을 빌려주는가 하면 원리금까지 감면해주는 다양한 제도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 또는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장경제의 원칙에 역행하는 예외적 조치가 남발되면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정책이 지나치게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흐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지현기자 jh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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