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 3배나 많은 장맛비에도 홍수 피해 없어요”
“장마때마다 농경지가 잠겼는데 올해 장마에는 저류지 때문에 피해가 없었어요”
17일 오후 3시40분께 여주군 대신면 양촌리 여주 저류지 옆에서 농사를 짓는 A씨를 만났다.
그는 최근까지 계속된 장맛비에도 매년 겪던 농경지 침수와 같은 수해고통을 입지 않아서인지 밝은 얼굴이었다.
A씨는 “이곳에서 20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는데 매년 물이 빠지지 않아 침수 손해를 입었다”며 “그러나 올해는 저류지로 물이 빠지면서 수해가 없었다”고 말했다.
여주 저류지는 4대 강 살리기 한강 3공구 대림건설에서 시공한 것이다.
면적 185만㎡에 1천530만t을 담수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이지만 이날 저류지는 최근 내린 장맛비에도 남한강 수위가 올라가지 않아 바닥까지 비어 있을 정도였다.
남한강 일정 수위 도달 땐 ‘여주 저류지’로 물 빠져
국토관리청 “4대강 홍수대비 준설 효과 나타나”
환경단체 “대형 보, 물 흐름 왜곡 정확한 분석 필요”
이 저류조는 한강 살리기 3공구 사업의 하나로 농경지로 이용되던 땅을 7m 깊이로 파 조성했다.
홍수기에 30년 빈도의 강우량을 예측해 남한강 수위가 해발 36.37m 이상 올라가면 저류지 안으로 물이 들어가도록 설계됐으나 올해 장마에는 이 저류지로 남한강 본류 쪽에서 물이 유입되지 않았다.
연일 쏟아지는 장맛비에도 남한강 수위가 많이 올라가지 않았고 지난 15일에도 저류지 하류 쪽 이포보 수위는 30m 이하를 유지했다.
여주지역에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평균 708㎜의 비가 내렸다. 특히 지난 3일에는 하루 동안 평균 153.2㎜의 비가 왔고 일부 지역에는 199.5㎜가 쏟아지기도 했다.
남한강 상류 쪽 충주지역에서는 같은 기간 812㎜의 비가 쏟아졌다.
이는 평년의 3배나 많은 양이고 최근 가장 비가 많이 내린 지난 2006년과 비교해서도 2.5배 수준이다.
남한강 상류에 있는 충주댐은 이번 장마 기간 초당 4천t 이상을 방류하지 않았다. 지난 2006년 7월 집중호우 때 9천t 이상을 방류했던 것과 비교된다.
수위가 안정되면서 올해 장마 기간 남한강에서는 큰 수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남한강에서는 이번 장마를 앞두고 강둑 13곳 39.1㎞를 신설하거나 보강해 집중호우 때 유실이 우려됐던 곳을 사전에 예방했다.
또 남한강에서는 지난달 말일까지 4천500만㎥의 퇴적토를 파냈다.
남한강 지천인 곡수천이 범람하면서 당산·보통리 일대 165만㎡ 농경지가 거의 매년 저수지로 변했지만 올해는 곡수천과 농경지 물이 저류지로 빠지면서 수해 걱정을 덜었다는 것이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 6월22~26일 누적 강우량(236.3㎜)과 준설 전후 남한강 여주구간 수위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한 결과 실제 수위가 2.55m 낮아져 홍수대비 준설 효과가 사실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는 준설로 100년 빈도의 강우 때 남한강 홍수위가 최대 1.5m 정도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낮은 것이다.
이충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은 “하도 준설로 남한강 본류 수위가 낮아져 지천의 흐름도 원활해졌다”며 “농경지 침수 피해를 막는 등 치수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도 “올해는 눈에 띄게 남한강 수위가 낮아졌다”며 “지천이나 소하천도 배수가 잘 돼 별다른 수해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남한강은 아무리 비가 와도 범람 위험까지 간 적은 없는 만큼 준설효과를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오히려 대형 보가 물흐름을 왜곡해 주변 시설에 악영향을 미쳐 홍수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는 만큼 좀 더 정확한 분석을 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주=류진동기자 jdyu@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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