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비가 내린다. 비가 오랫동안 내린다고 해서 ‘장마’인데 이제는 ‘우기’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은가 싶다. 지난주에 경기대학교에서 20여 개국에서 300여명의 외국학자와 1천여 명의 국내 학자, 대학원, 대학생이 참가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성공리에 개최되었다. 가든파티를 준비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일기예보를 들여다봤다. 다행히 행사 당일 새벽에 비가 멈췄다. 하늘이 도와 가든파티를 멋지게 치러서 해외 학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그날 비 때문에 이렇게 가슴 졸인 적은 없었다며 하늘이 도왔다고 인사말을 했더니, 해외 학자들은 지금이 ‘몬순’이냐고 되물었다.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고 있다는 말이 많은데 진짜 그런 것은 아닌가 싶다.
기왕에 시작한 말이니까 ‘관광’과 관련된 이야기로 이어볼까 한다. 학술대회 개최되기 한주 전쯤 민간관광교류사절단의 일원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뜬금없이 ‘민간관광교류사절단’이라니까 무슨 소리인가 할 수도 있다. 일본이 후쿠시마 대재난 이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관광부문의 경우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수가 급감해서 관광을 통해 지역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많은 지자체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4분기 일본인 관광객이 전년대비 9.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일본 양국 간 민간 교류량이 일본의 지진 참사 이후 방사능 유출까지 겹쳐 전례 없이 감소했다.
민간관광사절단 도열로 환영 ‘감동’
일본을 찾는 관광객 수가 줄어드는 것이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겠냐고 할 수 있겠지만 한일 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일본경제의 침체는 우리나라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본의 관광이 침체하면 우리나라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의 수도 더불어 감소하게 마련이다. 일본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모금을 해서 돕자고 했듯이, 매정하게 발걸음을 잡아떼지 않고 일본을 방문하면 그 자체가 한일 간 우의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민간관광교류사절단의 일원으로 일본 운수성의 부 대신을 만나러 가는 자리에 관광청장이 배석했다. 관광청장은 마침 일본을 방문중인 ‘레이디 가가’가 자신의 뺨에 빨간 립스틱 자국을 남겼다며 환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쇼맨십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한 명의 한국인 관광객이라도 더 맞이하고 싶어하는 진심을 엿볼 수 있었다.
당일 오후, 요코하마 시청을 방문했다. 요코하마 시장은 여성으로 세계적인 기업가로 널리 알려져 있어서 만나기 전부터 어떤 사람인가하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시청사에 약속된 시간에 도착했는데 담당직원이 미안하다며 10분만 차 안에서 더 기다려 달라고 청해왔다. 속으로 ‘뭐 이런 결례가 있나?’하며 손님을 맞이하는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후 요코하마 시청사를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현관부터 2층의 시장 집무실까지 올라가는 길목에 족히 5~6백 명 정도의 시청 직원들이 도열해서 우리 일행을 박수로 맞이했다.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에 직원들의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고 답례했다.
한국찾는 관광객 위해 진심 다해야
만약 우리나라 지자체에서 이런 식으로 손님을 맞이했더라면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을까? 아마도 적지 않은 언론매체가 ‘자존심도 없냐’ ‘군사정권시대도 아닌데 무엇을 얻자고 근무 중인 직원들을 동원해서 박수를 치냐’는 등의 비판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도 찾지 않는 나라, 그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그 나라는 건강한 나라가 될 수 없다. 한국인 관광객을 한 사람이라도 더 맞이하고 싶은 마음에 요코하마시청직원들이 도열해 있던 그 순간을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그 옛날 닉슨, 카터 대통령 온다고 양국의 국기를 들고 흔들던 그 시절이 뇌리 속에 박혀 있듯이.
한범수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 한국관광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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