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최근에 발표했다. 가구·주택부문 집계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101.9%다. 이 수치로만 본다면 우리는 바야흐로 주택부족의 시대를 벗어났다 할 수 있다. ‘주택보급률 100%’는 정부가 그 동안 줄곧 추구해 온 공급주의 주택정책의 지상최대 목표였다. 이 목표를 두고 정부는 주택경기가 조금이라도 위축되면 공급이 줄까 노심초사했고 집값 폭등이 발생할 때마다 공급확대만이 답이라는 ‘공급만능주의 처방’을 내놓았다. 이러한 입장은 정부와 뜻을 같이하는 공급주의 세력들이 광범위하게 공유하고 있다. 이들에게 주택보급률 100%는 기실 못마땅하다. 100%가 달성되면 할 일이 없어지게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수년 전부터 주택보급률 지표 대신 ‘인구 1천인당 주택수’란 지표를 들이대고 있다. 선진국에서 쓰는 지표란 게 중요한 이유다. 2010년 인구 1천인당 주택수는 363.8호로 2005년 (330.4호)보다 33.4호 증가했지만, 미국(2010년 409.8호)이나 일본(2005년 450.7호) 수준에는 못 미친다. 이렇게 보면 주택은 여전히 부족하고 주택공급은 변함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정부를 포함한 공급주의자들의 이러한 믿음은 가히 신앙적 수준이다.
‘주택보급률 100%’ 부작용 낳아
주택이 부족하니 어떤 경우라도 주택공급은 계속 되어야 한다고 앵무새처럼 말해 온 공급주의자들은 기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스토커와 진배없다. 한국의 주택정책을 쥐락펴락하는 이들은 관료, 건설업체, 부동산개발업자, 금융업, 주택건설연구기관, 부동산 전문가, 학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사이엔 강한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다. 공급확대론을 전면에 내걸고 생존을 위한 일거리를 서로 주고받는 일종의 먹이사슬이 이 카르텔의 실체다. 이러하다 보니 ‘주택보급률 100%’는 이들의 존재감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공급만능주의 주택정책은 이젠 더 이상 유의하지도 않고 국민적 지지를 받기도 힘들 것 같다. 주택보급률이 100%에 이르렀기 때문만은 아니다. 주택보급률이 100%가 될 때까지 정부가 폈던 공급주의 주택정책의 허구 때문이다. 정부의 ‘공급확대의 변’은 공급을 늘려 가격을 낮추면 실수요자들이 저렴한 주택을 갖게 되어 서민 주거안정이 실현된다는 것이었다. 이를 명분으로 하여 정부는 실제 그간 엄청난 제도적 자원을 쏟아 부었다. 결과론적으로 주택의 공급 수는 늘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주택소유의 편중은 더욱 깊어졌다. 이는 공급주의 정책의 혜택이 무주택 실수요자를 비켜갔고, 그로 인해 서민의 주거불안이 더 심해졌음을 의미한다.
진정한 국민위한 정책 내놔야
가령, 2005년부터 2010년 사이 총주택수는 13.1% 늘었지만 자가 보유율은 겨우 1.0%만 늘어 61.3%에 머물렀다. 204만9천호가 새로 공급되는 동안 약 16만 가구만 자기 집을 갖게 되었다. 총 공급주택 중 7.8%만 무주택자에게 돌아가고 92.2%는 유주택자들에게 돌아간 것이다. 주택보급률 100%란 목표실현은 집을 가진 자들이 더욱 갖게 해준 것으로 끝난 것이다. 그렇다면, 무주택자, 즉 세입자를 위한 주택정책은 잘 되었던가? 공급주의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주택정책 시스템에서는 세입자를 위한 주택정책은 늘 뒷전일 수밖에 없다. 최근의 전월세대책에서 보듯, 무주택자를 위한 정책은 겨우 마지못해 내놓는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 우리의 주택당국은 어느 국민을 위한 국가기관인지 모를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공급 확대만 고집하면서 오만가지 공급방안을 쏟아내는 데 여전히 국력을 쏟고 있다. 주택정책은 이젠 환골탈태해야 한다. 공급만능주의를 버려야 주택정책이 제대로 산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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