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한국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US여자오픈에서 제패한 박세리를 보며 꿈을 키웠던 '세리 키즈'가 자신의 영웅이 보는 앞에서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유소연은 1998년 박세리, 2005년 김주연, 2008년 박인비, 2009년 지은희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다섯번째로 US여자오픈 정상에 올랐다. 대회 장소를 찾은 박세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차지한 우승이라 더욱 감격적이다. 유소연은 "지난 해 한국에서 같은 대회에 출전했을 때 내게 재능이 많으니 계속 열심히 연습하라고 조언해주셨다. 우승 후에도 축하를 받았다.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하루 전 최종 라운드 3개홀을 남긴 채 일몰로 경기가 중단되면서 유소연은 이날 마지막 16,17,18번홀 경기에 나섰다. 합계 3언더파 281타로 마친 서희경에 1타차 뒤졌던 유소연은 16번홀과 17번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가 18번홀에서 극적인 버디를 만들어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갔다.
이후 또 한번 진행된 16~18번홀 연장전은 감각이 살아있는 유소연에게 유리한 승부였다. 유소연은 연장전 16번홀에서 파를 잡은 뒤 연거푸 버디를 성공시켜 파-보기-파에 그친 서희경을 극적으로 따돌렸다.
유소연은 "오늘 아침 처음 16번홀에 나설 때 많이 긴장했다.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캐디가 내게 계속 말을 걸면서 여유를 가지라고 조언해준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18번홀을 앞두고 기분은 좋았다. 내 목표는 톱10 진입이었는데 당시 나는 2위였기 때문이다. 마지막 홀에서 단 한번의 기회가 남았지만 두렵지 않았다. 상황을 즐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유소연은 "상황이 내게 좋았던 것 같다. 서희경 선수는 단지 연습에 그쳤지만 나는 이미 3개홀에서 경기를 치른 상태였다. 내게 많이 유리했다"고 덧붙였다.
2년 전 중국에서 서희경에게 연장전 승리를 거둔 바 있다는 유소연은 "그래서 오늘 더 마음이 편안했다. 그때와 오늘 상황이 똑같아 2년 전처럼 될 것이라고 믿었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유소연은 "LPGA에서 뛰는 것은 내게는 꿈같은 일이다. 그래서 LPGA 무대에 서고 싶었다"며 "나의 목표는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첫발을 뗐다. 지금 이 순간이 아직도 믿기지 않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기분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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