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나가수' 경연, 직접 가보니...
파격적이면서 도발적인 무대였다. 그리고 진화하는 가수들의 숨결이 느껴졌다.
4일, 경연시간인 8시보다 다소 이른 4시 30분께 경연이 열리는 경기도 일산 MBC드림센터에 도착했다. 경연이 한 시간 뒤로 미뤄진 탓인지 다소 한산한 분위기였다. 평소 ‘나가수’ 경연은 7시에 시작하지만 이날은 전날 ‘아름다운 콘서트’의 녹화관계로 세트가 미처 준비되지 못해 부득이하게 1시간 뒤인 8시로 녹화를 미뤘다. 제작진은 전화, 문자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청중평가단 및 방청객에게 연락을 취했다.
6시가 넘어서자 청중평가단의 길이 줄게 늘어섰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청중평가단은 비교적 질서정연하게 차례를 기다렸다. 젊은 남성이나 여성 청중평가단은 카메라에 얼굴이 잡힐 것을 대비해 화장을 고치거나 옷매무새를 다듬기도 했다.
경연 직전, 신정수PD가 무대에 올라왔다. 신PD는 먼저 경연이 1시간 뒤로 미뤄진 점에 대한 사과의 말을 전했다. 또 스포일러 유출을 자제해달라는 간곡한 부탁도 남겼다. 신PD는 “열기 때문에 경연장이 더울 수도 있으니 가급적 재킷 등은 벗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실제 경연장에는 약 700~800여 명에 달하는 청중평가단과 100여 명의 방청객, 100~150여 명의 관계자들 등 1000 여 명이 자리를 빼곡하게 채웠다. 당초 제작진은 청중평가단 수를 500여 명으로 밝혔지만 실제로는 참석하지 않는 관객에 대비, 200~300여 명의 예비 청중평가단을 뽑는다. 또 MBC관계자들 및 이들의 지인들로 이뤄진 방청객들도 상당수 자리를 차지했다. 이들은 계단에 앉아 경연을 감상했다.
◈'내가 도전하고 싶은 노래'… 옥주현 '유고걸'-장혜진 '미스터' 등 파격 선곡
MC윤도현이 무대에 오르자 여기저기서 환호가 터져나왔다. 이소라가 우아하면서도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기는 MC였다면 윤도현은 소박하면서도 유머가 넘치는 옆집오빠같은 분위기로 진행을 이끌었다. 방청객 곳곳에서 “생각보다 잘생겼다”, “소년같다”라는 여성들의 속삼임이 들려왔다.
하지만 역시 ‘나가수’의 백미는 가수들이 펼치는 경연이었다. 특히 이날 가수들은 작심한 듯 파격적이면서도 도발적인 선곡으로 청중평가단의 놀라움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경연 주제는 ‘내가 도전하고 싶은 노래’. 신정수PD는 “‘도전’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는데 가수들의 아이디어가 돋보였다”라고 평가했다.
최근 ‘대세’로 떠오른 김범수는 씨엔블루의 ‘외톨이야’를 선택했다. 현장에서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뽐냈던 김범수는 이날 경연을 통해 랩과 춤 역시 아이돌 못지 않다는 것을 입증했다. 새롭게 투입된 김조한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OST인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를 택하며 R&B 대가다운 모습을 보였다. 90년대 솔리드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김조한이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자 여기저기서 여성관객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박정현, 옥주현, 장혜진은 화끈한 댄스3파전을 벌였다. 박미경의 ‘이브의 유혹’을 부른 박정현은 프릴이 달린 캉캉미니스커트를 입고 5명의 남성 백댄서를 동원해 마치 한떨기 꽃을 떠오르게 하는 무대를 구성했다. 옥주현은 핑클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효리의 ‘유고걸’을 택했다.비즈가 촘촘히 박힌 블랙 미니드레스를 입은 옥주현은 화려한 뮤지컬을 연상케 하는 꽉찬 무대로 남성 청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장혜진은 카라의 ‘미스터’를 선곡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가수 인생 최초의 댄스경연이었을지도 모를 이날 무대에서 장혜진은 혼신의 힘을 다한 퍼포먼스를 선보여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장혜진이 경연을 마치고 무대 뒤로 들어가자 MC 윤도현은 “장혜진 선배가 ‘발라드 디바’라는 이미지 때문에 그동안 참고 못했던 게 아쉬웠던 모양”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여름의 더위를 식히려는 듯 전반적으로 가수들이 템포가 빠른 곡을 택한 가운데 조관우와 YB는 느린 곡을 선보여 대조를 이뤘다. 조관우는 김수희의 ‘남행열차’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애절하게 소화해 내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청중평가단 이경애 씨는 “처음에 조관우 씨가 이 곡을 어떻게 부를까 싶었는데 듣고보니 ‘남행열차’를 저렇게 부를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라고 감탄했다.
그동안 ‘나가수’의 ‘릴렉스’를 담당했다는 YB는 이문세의 ‘빗속에서’를 분위기있게 불러 청중을 집중시켰다. 경연을 마친 뒤 윤도현은 스스로 “얌전한 밴드YB였습니다”라며 멋쩍은 듯 웃어보였다.
BMK가 탈락했던 전날 방송이 다소 비장미가 느껴지는 경연이었다면 이날은 가수들 스스로 틀을 깨는 곡을 선택하며 한단계 진화한 모습을 보였다. 50대 청중평가단 채모 씨(여)는 "여러 번 '나가수' 경연을 관람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업그레이드되는 게 느껴진다"라고 평가했다.
신정수PD는 "아무래도 2차 경연보다는 1차경연 때 가수들이 덜 긴장하는 편이다. 특히 오늘은 아이돌 음악이 많이 선곡됐는데 아이돌 음악은 라이브로 부르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나가수'의 세션들은 이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전했다.
이날 경연내용 및 결과는 오는 10일, 방송을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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