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억 예산까지 받은 '구명조끼'사업 결국 꽝?

제2의 천안함 희생 막고 싶지만…'해군의 딜레마'

'천안함 사건' 뒤 해군이 조난당한 승조원의 위치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무선인식 구명조끼를 보급하려고 나섰지만 사실상 무산 위기에 놓였다.

 

해군은 지난해 9월 '조난자 무선식별 송수신기' 시범사업을 2,4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했다.

 

무선인식 구명조끼는 조끼에 부착된 송신기로 구조요청을 보내면 함정에 설치된 수신기에 조난된 승조원의 인적 사항과 GPS위치가 표시되는 장비다.

 

이 사업은 천안함 사건 당시 함미 발견이 지연되면서 실종된 46명의 구조작업이 늦어졌다는 지적과 해군 고속정 인명피해 사고가 잇따르면서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특히 함정에 승선하는 1만여명 전원에게 무선인식 구명조끼를 지급할 수 있는 26억원의 예산까지 배정받은 상태다.

 

그러나 도입 여부를 놓고 해군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해군은 당초 입찰 과정에서 조끼에 달린 송신기에 100% 방수 성능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수심 100m 이상 방수를 지원해야한다고 변경했다.

 

해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100% 방수 제품을 만들기에는 기술적인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시범사업에서 낙찰된 제품은 수심 1.2m 이상의 깊이에서는 견디지 못했다.

 

시범운영 결과도 낙제점에 가까웠다.

 

해경 관계자에 따르면, 물을 잘 통과하지 못하는 무선데이터통신 방식이 높은 파도가 치는 해상에서는 가시거리 안에서도 송수신이 잘 되지 않는다.

 

해군이 입찰 당시 요구한 기술자료에는 송수신기 통달거리가 15km 이상이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또 조난을 당한 승조원이 수동으로 조난신호를 보내야해 의식을 잃거나 저체온증에 걸릴 경우 써보지도 못할 가능성도 높다.

 

이렇게 되자 해군은 시범사업을 사실상 실패로 결론짓고, 지난 6월말까지 관련업체들에게 문제점을 보완할 기술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 시범사업을 진행했던 업체가 보완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보냈다.

 

업체가 보완이 가능하다고 자신하는 마당에 아니라고 할 수 없어 기회를 더 주기로 했지만 해군 스스로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향후 성능 테스트를 통해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이미 시범사업에 실패해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지 의문”이라며 “정치권과 여론에 밀려 도입해 봐야 예산만 낭비하는 꼴”라고 말했다.

 

특히 "해군은 앞서 지난 2008년 5월 2함대 주관으로 소이작도 해상에서 관련 성능 테스트를 실시한 적이 있어 기술적 한계를 이미 알고 있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결국 무선인식 구명조끼의 도입을 차일피일 미뤘다는 여론과 국회의 질타로 인해 실현 가능성이 낮은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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