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미래를 꿈꾼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농업이 단지 먹을거리 생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산업의 근원이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은 가끔 농악대나 풍물패가 내세우고 다니는 깃발에만 쓰일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말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농업은 그저 고향에 계신 부모님 세대의 일일 뿐이라고들 여긴다.

 

실제 우리 농업의 현실을 살펴보면 농업 총소득과 농가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농업의 비중도 감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농가 호당 경지면적이 미국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영농규모도 1ha 미만인 소농이 전체 농민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작은 영농 규모와 높은 경영비 부담으로 인해 저가의 수입 농산물과 경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농업계가 요즘 달라졌다.

 

귀농 희망자를 대상으로 한 귀농귀촌대학이 있는가 하면 각 도마다 귀농 가구 유치를 위해 귀농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귀농 종합지원센터까지 구축하기도 한다. 한 취업사이트에서 직장인 566명을 대상으로 노후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귀농을 할 것이라는 응답자가 19.8%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5명 중 1명은 귀농을 한다는 이야기다. 실제 지난 한 해 도시를 떠나 귀농·귀촌을 택한 가구는 모두 4천67가구다. 인구 기준으로는 총 9천732명이 귀농했다. 2001년 불과 880가구 수준이던 귀농가구수는 꾸준히 증가하면서 2008년 2천218가구까지 늘었으나 2009년 4천80가구로 급증한 이후 2년 연속 4천가구를 넘어서고 있다. 시도별로는 경북에 가장 많은 1천112가구가 자리를 잡았고 전남이 768가구, 전북이 611가구, 경남이 535가구 순을 나타냈다. 귀농은 이제 하나의 사회적 추세가 된 셈이다.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젊은 귀농인들의 숫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귀농인 가운데 15%는 20~30대였다. 농촌에서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20대 귀농가구 수도 1.5%였다. 이는 농업계의 희망으로 비쳐진다.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오는 7월1일부터 잠정 발효될 예정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EU FTA 체결 후 15년간 우리나라 농업분야 생산감소액은 약 2조7천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전체 농산물 생산 감소액 중 90% 이상이 축산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축산업의 발전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도 농업의 어려움을 떨치고 일어날 새로운 돌파구로 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강소농이란 농업 선진국에 비해 경영 규모는 작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상품, 그리고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농업인이 혁신역량을 갖추고 경영목표를 지속적으로 달성해 나가는 농업경영체를 말한다. 선정된 경영체는 전문 지도사로부터 문제점을 진단받아 경영혁신 목표를 설정하고 지속적인 기술지원을 통해 연간 10% 이상의 소득향상을 실현하게 된다.

 

우리 농업은 작은 영농 규모와 높은 인건비로 인해 저가 수입농산물과의 가격 경쟁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고 다양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춘 창조적 아이디어 상품, 역발상의 상품, 스토리가 있는 상품 등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 육성을 통해 앞으로 수많은 열정적인 농업인들이 숨은 잠재력을 바탕으로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농가 소득증대는 물론 활력이 넘치는 우리 대한민국의 농촌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오성종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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