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이면 수원화성문화제는 48회째를 맞이한다. 문화관광부 선정 축제를 살펴보면, 축제를 개최한 연한이 수원화성문화제보다 일천한 곳이 적지 않다. 수원화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이런 화성을 소재로 개최해 온 수원화성문화제가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 선정축제에 왜 포함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새겨볼 필요가 있다. 지난달 수원시는 수원화성문화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목적으로 자문위원과 공무원들이 참가하는 워크숍을 개최했다. 워크숍에서 6명의 자문위원은 수원화성문화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관련 공무원들과 심도 있게 논의하고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도출하고자 했다. 워크숍을 개최했다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더 나은 축제로 환골탈태하기 위해서 첫 걸음을 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워크숍에 참가한 사람들은 ‘세계적 문화관광 축제’를 지향하려면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함께 했다.
세계적 축제 위한 과감한 변화를
2010년 문화관광부 선정 축제는 전년도 57개에서 44개로 축소됐다. 2010년 문화관광부 대표축제는 2개(보령머드축제, 안동국제탈춤축제), 최우수축제 8개(강진청자문화제, 김제지평선축제, 진주남강유등축제, 금산인삼축제, 화천산천어축제, 하동야생차문화축제, 춘천국제마임축제, 함평나비축제), 우수축제 10개(강경젓갈축제, 남원춘향제, 무주반딧불축제, 천안흥타령축제, 문경찻사발축제, 양양송이축제, 영동난계국악축제, 이천쌀문화축제, 진도신비의바닷길축제, 연천구석기축제)다. 유망축제는 모두 23개로 수원화성문화제, 태백산눈축제, 과천한마당축제, 순창장류축제가 신규축제로 선정됐다.
수업 시간 중에 경기대학교 관광개발학과 2학년 학생 40명을 대상으로 수원화성문화제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5명(8%)만이 축제에 참가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원화성문화제에 참가하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놀랍게도 답은 ‘아니오’였다. 나머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앞으로 수원화성문화제에 참가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답은 이번에도 ‘아니오’였다. 체험할만한 콘텐츠가 없어서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다며 추천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이 학생들이 축제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가 하고, 혹시 가고 싶은 축제가 있는지 다시 물었다. 학생들의 입에서는 친숙한 축제명이 쏟아져 나왔다. 학생들이 이미 참가했거나 가고 싶어 하는 축제들은 대체로 대표축제와 최우수축제의 범위 안에 포함돼 있었다.
변화 한다는 것은 용기 필요해
수원화성문화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답은 있다. 지금까지 유지해온 전통을 허무는 것이 마음에 걸리겠지만, ‘정조 대왕 능행차 연시 및 시민퍼레이드’ 같은 행사를 과감하게 야간행사로 바꿔야 한다. 밤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생기를 부여하고,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퍼레이드 참가자들의 지루해하는 모습을 노출시키지 않는다. 정조 시대 야간군사훈련을 하는 연무대는 차량을 통제해 이용공간을 넓게 확보하고 관광 상품으로 판매할 정도로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꺼져 있는 봉수대를 지피는 행사도 해야 한다. 빛과 음향이 조화를 이룰 경우 수원화성문화제는 색다른 전환기를 맞이할 수 있다. 주간에는 화성에 관한 퀴즈를 참가자들이 풀 수 있도록 흥미진진한 오리엔티어링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변화한다는 것은 언제나 용기가 필요하다.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수원화성문화제를 찾는다면, 수원화성문화제는 대한민국 최우수축제를 넘어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수원화성문화제가 바뀌었어요. 수원화성문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어요.”
이런 뉴스가 보도될 날을 기대한다.
한범수 한국관광학회 회장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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