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2018년까지 총 150만호가 공급될 계획인데, 이 중 100만호는 수도권 몫이다. 2009년 8·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집 없는 서민을 위한 획기적인 주택정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이 언급에 따라 ‘2012년까지 보금자리주택을 당초 40만가구에서 60 만가구로 늘려 공급하는’ 8·27 대책이 발표되었다. 늘어난 20만가구는 2012 년까지 수도권 그린벨트(GB) 내에서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 공급분(12만 가구)에 포함됐다.
보금자리주택건설을 위해 GB를 풀 수 있도록 보금자리주택건설특별법이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2009년 정부는 78㎢의 수도권 GB를 해제하는 수도권 광역도시계획을 변경했다. GB가 이렇게 쉽게 풀린데는 ‘GB엔 비닐하우스만 가득 차 있어 보전할 가치가 없다’는 대통령의 언급이 큰 압력으로 작용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의해 즉흥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경기도 지자체들과는 충분한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GB 내에 지구지정이 마구잡이로 이루어졌다.
주택시장 교란하는 보금자리주택
2012년까지 32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시범사업지구 평균면적 기준(8천56㎡)으로 적게는 31 개의 미니 신도시, 크게는 4개의 분당급 신도시가 GB내에 들어서야 한다. 수용인구는 최대 137만명이나 된다. 이는 서울 전체 인구의 13%에 해당한다. 도심에 거주하는 이들이 외곽으로 옮겨가면 도심 공동화는 불가피하다. 보금자리주택지구가 수십군데 들어서면 GB가 거덜나게 된다. GB가 사라진다는 것은 GB에 의해 분리돼 있던 서울과 경기도 도시들이 초거대 도시로 연결되는 것을 뜻한다. 그로 인한 대도시권 환경악화, 교통란, 인프라 부족, 과밀에 따른 사회적 문제 등은 심각할 것이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을 ‘집 없는 서민을 위한 주택’이라고 선전한다. 그러나 보금자리주택은 특정 유형의 주택이 아니라 공공임대, 공공분양, 민간 분양 등을 섞어 공급하는 주택지구 개념이다. 국토부 지침에 의하면 임대주택(국민임대+공공임대) 20~45%, 분양주택(중소형 분양+민간중대형 분양) 55~ 75%로 배분하도록 되어 있다. 임대보다 분양이 더 많다는 뜻이다. 임대도 국민임대를 제외하면 대부분 일정 시점 뒤엔 분양되는 것이다. 보금자리주택은 이렇듯 분양주택 중심이다. 문제는 주변 시세의 80~85%에 맞춰 공급한다고 해도 저소득층이 분양받기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서민위한 정책으로 거듭나야
임대주택을 일부 끼워 넣고 수익을 남기는 분양주택 중심으로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되는 것은 이를 주도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업성이 최대한 반영된 결과다. 125조원의 엄청난 부채를 가진 LH가 전국적으로 벌려 왔던 414개 지구의 사업을 대부분 접으면서 보금자리주택사업만은 놓지 않고 확대시켜가고 있다. LH에게 보금자리주택은 정권에 충성할 수 있는 사업이면서 동시에 유일하게 흑자를 안겨주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보금자리주택이 서민을 위한 보금자리가 될 수 없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보금자리주택은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정권의 지지 속에서 특권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보금자리주택은 그동안 과잉 공급되었다. 장기불황에 빠진 주택시장에서 보금자리주택의 과잉공급은 민간 주택사업의 설자리를 빼앗고, 뉴타운 등 유사 사업의 사업성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속도조절, 민간부문과의 공조, 공공임대중심으로 특화 등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것은 시장 룰에 어긋나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바로 잡기 위한 것이다. 보금자리주택, 이대론 더 이상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