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얘기한다. 밥이 보약이라는 말도 한다. 밥이 그 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의식주의 한 축인 아파트 가격이 3.3㎡당 천 만원을 훌쩍 넘는 요즈음 먹을 식(食)자의 주인공 역할을 하는 밥에 지출하는 돈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국민의 쌀 소비량은 계속해서 줄어들어 1인당 소비량은 현재 약 70kg이다. 쌀 80kg 가격이 요즘 16 만원 정도니까 연간 밥을 먹는데 쓰는 돈이 대략 15만원 가량 되는 셈이다. 15만원씩이나? 하는 분도 있을 런지 모르겠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하루 동안 쌀에 지출하는 돈은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보자. 15만원을 365일로 나누면 하루 쌀값이 나올 것이고, 계산기에 대입해보면 410.95…와 같은 숫자들이 보인다. 하루에 밥을 먹기 위해서 쓰는 돈이 대략 410원이라는 얘기다.
편의점에서 물 500ml 한병 값이 약 700원이고 휘발유 1ℓ 가격이 2천원인 세상에서 410원에 대한 감각은 아이들 표현을 빌리자면 이 돈으로는 과자 한 봉지도 살 수 없다. 그런데 왜 쌀값이 비싸다 혹은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가 보기에 그것은 마치 주머니 속에 있는 100원 동전 몇 개는 그리 커 보이지 않으나 동전이 모인 목돈은 매우 커 보이는 이치와 같다고 생각된다. 쌀의 포장 단위를 보면 대개 20kg 이다. 대형마트에 가보면 다양한 포장의 쌀이 진열되어 있는데 거의 예외 없이 20kg 단위로 포장되어 있다. 가격은 브랜드와 생산지에 따라 4만~5만 원 정도인데 410원과 4만~5만원은 거의 100배 차이가 난다. 4만 원 정도의 쌀은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거의 최하 수준인데도 가격이 결코 싼 것 같지는 않다.
쌀 20kg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위에 나온 숫자들을 잠시 참고해보면 쌀 20kg은 한 사람이 100일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대개 시장이나 마트에 가서 일주일치 식품을 구매하는데 쌀의 경우는 일주일이 아닌 석 달 하고도 열흘에 걸쳐 소비할 양을 미리 사는 것이고 이에 따라 한꺼번에 목돈이 나가는 것이다. 일주일치만 산다고 하면 410원에 7일을 곱한 2천870원이다. 이 정도면 어른들이 하루에 피는 담배 한 갑의 가격이고 아이들 과자 가격이다. 시내 식당의 한 끼 점심값도 안된다.
시장에서 최고급품으로 평가받는 경기미 20kg이 약 6만 원이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계산하면 하루 밥값은 600 원이다. 하루에 600원이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싼 가장 좋은 쌀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최고의 집이나 자동차, 명품 핸드백 등을 갖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쌀의 경우 가계에 큰 부담 들이지 않고 백만장자와 동일 수준의 밥을 즐길 수 있다. 지금 먹고 있는 식사에 200원만 추가하면 우리나라 최고급 쌀을 먹을 수 있는 웰빙 명품족이 될 수 있다.
이제 쌀 만큼은 통 크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쌀로 먹어보자. 가방, 액세서리는 루이뷔통을 최고로 치고 의류는 프라다를 꼽는다면, 쌀은 당연 경기미가 최고다. 오늘 당장 웰빙 명품족이 돼 경기미를 구입한다면 소비자도 즐겁고 생산자도 즐거우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김충범 경기도농업기술원 종자관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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