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근저당 설정비' 엎친데 덮친격

내달부터 고객 대신 은행이 대부분 부담해야 농협·저축은행 등 연간 최고 74억 지출 예상

최근 부실 저축은행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2금융권이 ‘근저당 설정비 부담’이라는 또 다른 복병을 만났다.

 

예금 인출 등 고객들이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에 따른 근저당 설정비까지 부담하면 어려움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7일 도내 제2금융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의 2008년 은행 표준약관이 정당하다는 서울 고법의 최근 판결에 따라 은행권과 제2금융권도 이르면 7월부터 근저당 설정비를 각 금융기관에서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농협(단위), 수협, 마을금고, 신협 등 각 금융권별로 적게는 15억여원에서 많게는 74억여원의 근저당 설정비용을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도내 160여개 영업점을 가진 A금융의 경우 올 들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부동산 담보대출금만 4천400여억원이 증가했다.

 

월 평균 880억여원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대출액과 우대 금리 등 상대적 수치를 제외한 평균 0.7% 정도의 근저당 설정비용을 적용하면 한 달에 6억1천여만원, 1년이면 73억9천여만원의 비용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도내 120여개의 영업점을 운영하는 B금융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월평균 460억여원씩 대출금액이 증가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근저당 비용은 월 3억2천여만원(0.7%)으로, 같은 비율로 대출 금액이 증가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22억4천여만원의 신규부담이 발생한다.

 

경인지역 150개를 웃도는 영업점을 보유한 C금융은 1월부터 4월까지 신규 대출금액이 1천134억원으로, 월평균 226억여원 증가했다. 연간 2천710억여원의 부동산 담보대출이 예상되며, 근저당 설정비용만 18억여원(0.7%)을 부담해야 한다.

 

D금융의 경우 영업점은 20여개 지점이며, 1월부터 5월까지 대출금액만 930억여원에 달한다. 연간 2천232억여원의 부동산담보대출과 15억6천여만원의 설정비용이 발생한다.

 

이와 관련 제2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의 적용은 자금이 필요한 서민들을 위한 것임은 분명하지만 금융권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며 “또 이를 악용해 금융권을 갈아타며 대출을 받는 이들도 나타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3월 기준 도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전체 가계대출은 38조5천990억여원이며, 이 중 12조6천600억여원이 주택대출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진상기자 dharma@ekgib.com

 

근저당설정

 

장래에 생길 채권을 최고액까지 담보하기 위한 저당권을 근저당이라 하며, 그 근저당을 설정하는 것을 근저당설정이라 한다. 즉, 부동산에 근저당을 잡아 놓은 금액만큼 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표시하는 것. 만약 채무자가 채무를 상환하지 않는다면, 채권자는 채권을 담보로 갖게 된 부동산을 처분해 우선 변제 받을 수 있다. 근저당 설정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주로 하며 지금까지 그 비용은 고객이 주로 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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