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과의 소통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어렴풋이 느껴지는 따스한 자장가 소리와 삶의 애환이 담겨진 세시봉의 노래는 잊혀졌던 젊은 날의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뉴욕에 있을 때 한국음악은 오랜 친구처럼 따뜻했고 나의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산소 같은 존재였기에 그 힘든 기간을 이겨내지 않았을까 싶다. 당시 작은 행사에서 불렀던 애국가는 그 어느 비창곡 보다도 더 가슴을 파고들었고, 결국 부르는 내내 흐르는 뜨거운 눈물은 외국생활에서 느끼는 향수를 또 다른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강한 카타르시스였다.

 

음악은 그렇다. 우리에게 일체감을 느끼게 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감동을 안겨준다. 그래서 음악회와 콘서트를 찾아다니곤 했는지고 모른다.

 

지난달 29일 일요일, 나는 음악을 통해 또 다른 차원의 감동을 경험했다. 평소 다문화 가정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경기도에서 주최하는 ‘전국다문화가족합창대회’에 참석하게 됐다. 하지만 클래식과 재즈를 좋아하는 내게 이날 대회는 단순한 가족 음악회 정도로만 생각됐고, 단지 내가 대표로 있는 ‘문화의 창’이 갖고 있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애정과 관심의 표명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날 합창대회에는 6살 어린아이부터 70세의 노인까지 피부색은 다르지만 한 가족의 일원으로 함께하고 있었다. 몽골, 일본, 중국과 필리핀 등 여러 국가에서 온 이들이 한국인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그 가족들이 모여 합창연습을 하고 함께 자리에 섰던 것이다.

 

언제였던가. 아이들에게 자장가를 불러주기도 미안할 만큼 노래를 못했던 나는 TV에 나오는 가족들의 합창이 너무도 부러워, 가족의 단합차원으로 “화목한 가정의 표본이 합창”이라고 주장하며 남편과 아이들을 설득해 노래연습을 제안했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목소리는 왜 이러느냐, 음정은 알고 하냐, 왜 한 박자씩 늦느냐는 등의 핀잔은 원래 의도 했던 화목한 가정은 커녕 서로에게 상처만 줄 것 같아 아예 포기해버렸던 기억이다. 그래서인지 그날 그 자리에 선 가족들이 노래를 잘해서이기 보다 오히려 끝까지 함께 합창을 한 것이 더 위대해 보이고 부럽기까지 했다.

 

그들이 위대해 보이는 이유는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라 느껴졌기 때문이다. 문화, 생각, 그리고 언어가 다르지만 그들은 한국에 살며 자녀들을 키우고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다리가 불편한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참석한 몽골에서 온 예쁜 아내가 열심히 노래를 부른다. 작은 아이를 안고 웃으며 노래하는 아내와 음정 박자도 서툴지만 열심히 노래를 하는 한국인 남편을 보며, 나는 내안의 감동과 행복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음악은 그들 삶의 고통과 역경을 극복하게 했고,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했다는 사실과 서로에게 미소 지으며 노래를 함께 했다는 것은 나에게는 어떤 클래식 음악보다도 진한 감동을 안겨줬다.

 

공연이 끝나고 잠시 나에게 마이크가 주어졌을 때, 나는 그들에게 받은 감동을 전달하고 싶어 그들이 꾸린 다문화 가정이야말로 글로벌 시대의 한국사회에서 가장 행복한 가정인 만큼 큰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날 그 자리에 함께 한 모든 분들은 행복한 분들이며 아직 우리 주위에 함께하는 즐거움을 공유하지 못한 많은 다문화 가정에게 소통의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그들이 부러웠다. 서로간의 이해, 배려 그리고 소통을 통해 끝까지 무대에 함께 오른 가족들의 노랫소리가 아직도 내 귀에 남아있는 것은 음정, 박자가 조금 틀렸다고 쉽게 노래를 함구해 버린 나의 목소리가 억울해서 이기도 하겠지만 언어와 나라가 다른 곳에서도 자기를 사랑하고 가족과 함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삶에 대한 그들의 열정과 사랑이 느껴져서 일 것이다.

 

하은영 문화의창글로벌교류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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