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에 빠진 통신요금…막후 여론전은 치열

방통위 요금 인하안 물건너 가나…업계 반발에 방통위 뒷걸음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통신요금 인하 방안이 장기표류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금주내 요금 인하안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물건너 가는 분위기다.

 

통신업계와 소비자 및 시민단체간의 인식의 차이가 워낙 커 쉽사리 좁혀질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양보하든지, 아니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만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제시돼야 하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현재의 통신요금이 과연 적정한지를 파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안인 '원가' 공개에 대해 방통위가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는 것. 방통위는 지난달 30일 참여연대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회신에서 원가보상률 등 이미 대체로 알려진 사항에 대해서만 부분 공개하는 것으로 발을 뺐다.

 

이런 가운데 업계와 시민단체간 막후 여론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먼저 업계는 4세대 통신망인 LTE 투자를 위해 요금인하가 불가하다는 기존 논리에 덧붙여 통신3사의 경쟁구도 붕괴 위험을 들고 나왔다. SKT, KT, LG유플러스간 시장점유율이 5:3:2인 상태에서 기본료를 포함한 통신요금을 인하하면 후발주자인 LG유플러스는 생존의 위기에까지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기본료를 1000원만 내려도 우리는 연간 1천억원 이상이 고스란히 영업익(작년 6500여억원)에서 빠지게 된다"며 "영업익 손실과 투자 위축이란 이중고를 겪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인프라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올해에만 8500억원을 들여 7월부터 통신3사 가운데 처음으로 LTE 투자에 나서기로 한 마당이다.

 

업계는 또, 역시 7월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들의 저가요금 전략이 기존 통신사들의 요금 인하로 인해 처음부터 타격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측은 "고양이 쥐 생각하는 격"이라고 일축하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있다. 통신업 경쟁구도 붕괴론에 대해서도 과장된 측면이 많은데다, 소비자들의 권리인 요금인하와 결부지을 성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민단체는 이와 함께, 스마트폰 가입자가 연내 2000만명으로 예상되는 등 스마트폰 비중이 급증하는 점을 근거로 '기본료 인하=경영 타격'이란 업계의 논리는 엄살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참여연대 안진걸 팀장은 "기본료를 조금 깎아도 요금이 비싼 스마트폰 정액요금제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업계 입장에선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며 소모적 공방으로 흐르고 있지만, 방통위는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답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사이버대 곽동수 교수(컴퓨터정보통신학부)는 "원칙적으로 볼 때 통신요금은 인하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칼 들이대듯 하는 것을 받아줄 기업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을 설득하는 다양한 압박과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현 정부는 정보통신정책에 너무 무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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