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유네스코 사무국은 조선후기 국왕의 동정 및 국정 운영 사항을 일기체로 정리한 일성록(日省錄)과 5·18 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키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앞선 지난 2009년에는 대한민국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종합 의학서 ‘동의보감(東醫寶鑑)’ 이 세계기록유산에 이름을 올린 바 있습니다.
당시 유네스코는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이유를 “동의보감은 오늘날에도 널리 활용되고 있는 인류 전체의 건강과 안녕을 위한 현대 우리 시대의 위대한 기록유산이자, 미래의 귀중한 의학 자산으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동의보감의 진정한 가치를 인식하고 있는데 반해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동의보감의 정수(精髓)라 할 수 있는 한의학의 위치는 매우 초라한 모습으로 정체와 퇴보를 거듭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것은 무엇보다 한의학을 너무 과거의 유물로만 취급하려는 잘못된 인식과 함께 정부 당국의 편협한 양의학 일변도의 정책에서 비롯된 면이 적지 않습니다.
한의약 정체·퇴보… 국회 관련법 발의
한방의료 현대화와 과학화 등 중점 추진
세계인류 건강 책임지는 핵심의료 기대
한의약의 정의를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의료행위’로 못 박아 한방의료기관에서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해 한의 진단 및 처치의 객관성과 보편성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의료소비자들로부터 한방의료기관을 외면케 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중국은 이미 지난 1982년 중화인민공화국헌법 제21조에 ‘發展我國傳統醫學(전통의학을 발전시킨다)’이라고 명시, 중의약의 현대화·세계화를 통해 세계 각국의 보완대체의학 시장을 석권하며 엄청난 국부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현재 국회에는 ‘한의약육성법 개정 법률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이 법의 골자는 한의약의 정의를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고유의 한의학 원리를 토대로 하되 이를 현대적·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다’라는 취지로 새롭게 규정, 한방의료의 현대화와 과학화를 중점 추진한다는 복안입니다.
이는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관련 법의 뒷받침을 통해 한의학의 세계화 실현에 한발 다가서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6월 열리는 임시 국회에서는 현대적이고, 과학적으로 재해석한 한의약의 정의가 올곧게 담긴 ‘한의약육성법 개정 법률안’이 반드시 통과돼 우리의 한의학이 문화 유산적 가치로서의 우수성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실용의학으로서 세계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책임지는 핵심 의료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정경진 경기도한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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