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게임을 통한 DMZ 이해하기

독일 베를린 장벽과 우리의 DMZ는 동서 냉전시대의 대표적인 아이콘이다. 전쟁과 평화의 극명한 상징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베를린 장벽은 우리의 DMZ와는 성격상 많은 차이가 있다. 우선 베를린 장벽은 1989년 독일통일과 함께 역사속의 과거 산물로 흘러갔지만 우리의 DMZ는 남북이 갈라진 이후 아직까지 전쟁의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되고 있는 현재진행 중인 유산이다. 그리고 베를린 장벽은 전쟁의 주도국이었던 독일이 패망하면서 외부의 힘에 의해 설치된 차단벽이지만 DMZ 는 강대국이 개입한 우리끼리 피 흘린 이데올로기 대리전쟁의 산물이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베를린 장벽은 전쟁과 대립을 극복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전 세계 미술인들이 모이는 세계적인 명소로 변모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장벽미술이라고 할 만큼 긴 장벽에는 전쟁의 고통을 고발하고 평화와 희망을 전달하는 메시지가 여러 이미지를 통해 소통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새로운 문화소통 공간 DMZ

 

우리도 DMZ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자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90년대 일부 예술인들이 모여 DMZ예술제를 개최하면서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는 각종 문화행사를 개최하였고 그 이후, 평화공원과 DMZ박물관이 설립되는 등 DMZ를 민족상쟁의 비극적 현장일 뿐 아니라 상생과 통일, 그리고 창조의 원천으로 인식하자는 시도들이 이어졌다.

 

아울러 DMZ를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우수한 DMZ 의 생태계를 보전할 뿐 아니라 녹색관광을 통해 지역경제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북한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을 경우, 실현이 불가능하다. 아직까지 우리와 북한은 전쟁과 무력충돌시 문화재를 보호하자는 유네스코의 전시문화재보호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북측이 남측의 방어시설을 먼저 해체하라는 요구가 있는 한, DMZ를 세계문화유산 혹은 세계자연유산으로 공동등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오는 2013년이 되면 DMZ가 그어진 지 60주년이 된다. 강산이 6번 변하는 긴 기간이다. 그러다보니 어느 새, 우리들은 안보 불감증에 걸려 우리 남북이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방향으로 통일을 달성할 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대다수 젊은 세대들은 현재 진행 중인 DMZ를 마치 과거의 유산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최근 경기도는 DMZ를 젊은이에게 제대로 이해시키고 국내 게임산업도 발전시키기 위해 DMZ 교육용게임을 제작 중에 있다.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3개 게임이 개발 중이라고 한다. 게임이 가지고 있는 몰입성, 재미에 공공적 기능을 접목시킨 것이 기능성 게임(serious game)이다. 이미 미국, 영국 등에서는 많은 기능성 게임이 개발되어 교육, 국방, 행정, 환경, 의료보건 등 넓은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온라인 게임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기능성게임 분야에서는 개발도상국 수준이라 이번 경기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DMZ 게임개발이 향후 국내 기능성 게임산업 발전에 큰 기폭제가 되리라 믿는다.

 

게임으로 DMZ 널리 알린다

 

지금까지 개발된 기능성 게임 중 유엔 세계식량기구에서 개발한 ‘푸드 포스’는 전 세계 젊은이에게 널리 애용되는 게임으로 정평이 나있다. 현재 이 게임은 미국, 일본, 중국, 한국 등 10개국에서 자국 언어로 제작되어 게임의 즐거움과 함께 식량문제의 심각성을 교육시키고 있다. 앞으로 DMZ 게임이 보급되면 게임에 익숙한 청소년들이 놀이를 통해 DMZ의 역사, 상식, 생태, 유산을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의 DMZ 관련 게임도 우리 청소년뿐 아니라 전 세계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게임으로 발전되어 DMZ에 대한 국제적 인식을 새롭게 하고 나아가 통일을 앞둔 관광 잠재고객을 늘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허권  유네스코평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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