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옛 美軍기지에도 화학물질” 충격

퇴역 주한미군 “오정동 캠프 머서에 수백 갤런 묻었다” 증언… 주민들 진실 규명 요구

市, 주변 지하수 조사

 

부천시 오정동의 옛 미군 기지에도 화학물질이 대량으로 매립됐다는 증언이 공개됐다. 또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근 주민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정밀조사를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미 공병단 44공병대대 547중대원으로 캠프 머서에서 근무했다는 레이 바우스씨는 지난 2004년 5월 미국인이 운영하는 ‘한국전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주장한 것으로 24일 밝혀졌다.

 

그는 자신이 캠프 머서에서 1963년 7월부터 1964년 4월까지 근무했다면서 캠프 머서 근무 당시 불도저를 통해 구덩이를 파고 고무옷과 가스 마스크 및 모든 상상 가능한 화학물질 등 수백 갤런(1갤런=3.8ℓ)을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매립 위치가 정문에서 오른쪽 두번째 저장창고 뒤 언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어떤 화학물질을 버렸으며 이후 어떤 식으로 관리 또는 처리됐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어 그는 캠프 머서에 주한미군 화학물질저장소(USACDK.US Army Chemical depot Korea)가 있었으나, 1964년 3∼4월께 왜관의 캠프 캐럴로 이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USACDK의 이전 이유로는 화학물질저장소가 비무장지대(DMZ)에서 너무 가깝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현재 이곳에는 수도군단 산하 4개 대대 주둔하고 있었다.

 

퇴역 주한미군의 증언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음에 따라 오정동 인근 주민들은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일부 주민들은 오정구 오정동 625 일대 지역 뿐만 아니라 서울시 강서구 오쇠동 14 일대에도 당시 미군기지가 주둔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지역까지 확대 조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1992년부터 이 지역 미군부대 철수를 주장했던 김옥현 전 도의원은 “90년대 초 미군부대 수송 차량이 새벽마다 트럭에 시동을 걸어 오정동 지역에 각종 소음과 공기를 오염시켰다”며 “자신들의 땅이 아니라고 해서 오염물질을 버린 것이 사실이라면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고 분개했다.

 

또 월남참전 유공자 연합회 부천시지부 고정철 전우회장(70)은 “1969년 당시 월남에서 맞은 고엽제로 인해 아직까지도 허리와 다리가 피가 나도록 간지러워 고통을 받고 있다”며 “소파규정을 개선해서 나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국방부와 미군의 현지 조사시 시가 참여하도록 적극 요구할 계획”이라며 “만약 사실로 확인되면 오염 토양에 대해 원상복구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는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과 ‘화학물질 매립’ 의혹이 제기된 오정구 오정동 옛 미군부대 ‘캠프 머서’ 주변의 지하수 오염도를 조사하기로 했다.  부천=김성훈·김종구기자 magsai@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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