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은 어떤 정당을 지지하고자 할 때, 정치노선이나 정책뿐만 아니라 그 구성원들의 말이나 행위, 행태까지 모든 걸 두루 본다는 게 제 경험이다. 정치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따라서 사람의 됨됨이가 미덥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소리를 해도 표를 주지 않는 게 바로 국민들이다. 그래서 정치인에겐 일거수일투족이 중요하다.
최근 저 깊은 바닥에서부터 조금씩 기력을 회복해 온 민주당이 마침내 정권 교체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저는 정권 교체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를 세 단어로 표현해 보라면 ‘겸손, 통합,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겸손은 국민을 대하는 자세를 말하며, 통합은 전국정당의 완성을 뜻한다. 전략은 국가 운영 전략을 말하는데 그것은 이미 복지국가로 제시했다.
저는 이 셋 중에서 겸손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민주당에 아직 겸손이 부족하다. 겸손은 ‘예의 없음’의 반대말이다. 예의라는 단어가 좀 무거워서 흔히들 ‘싸가지’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10년간의 집권여당 시절부터 들었다.
진보주의가 원래부터 기성 체제를 비판하는 데서 출발하다 보니 언술이 공격적이다. 심지어 말과 글을 차갑고 독하고 신랄하게 하면 할수록 주목받았다. 그러다 보니 진보진영이라면 으레 좀 무서운, 늘 화가 나 있는,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들이라는 사회적 인식마저 생겼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이념 때문에 우리는 전쟁까지 한 비극적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다. 지금도 정치는 이 이념과 노선 문제로 항상 싸운다. 심지어 진보와 보수 간에만 싸우는 게 아니라 자기들끼리도 싸운다.
이념과 노선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 민주당 안에서는 이념과 노선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게 정치 행태이다. 더욱이 지금은 정권 교체를 위해, 진보와 중도를 묶어 대동단결하자는 시점이다.
보편적 복지와 복지국가를 국가전략으로 천명함으로써 가치에서의 진보는 기정사실화했다. 진보적 가치를 더 중시하는 동시에 진보정당과의 정책연합, 나아가 선거연합을 해야 한다. 그래서 4·27 재보선에서 순천을 진보정당에게 양보하기까지 했다. 정당 정치에서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전무후무한 일까지 하면서 노력한 것이다. 이념과 노선의 문제는 이처럼 할 만큼 해왔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제1야당이다. 정권을 되찾자면 중도층을 잡지 않고서 안된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툭하면 누가 더 진보적인가로 당내 투쟁을 하자고 시비를 건다는 게 저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다.
결국 그래서 민주당은 이념보다 정치 행태가 문제다. 특히 중도층을 얻기 위해서는 이 정치 행태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동안 이념은 많이 고민도 했고, 방향도 정리했다. 그러나 아직 정치 행태의 문제는 한 번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차제에 민주당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깊이 되짚어 보아야 한다.
적어도 재집권을 해서 다시 한 번 국정을 운영하고 국민 전체를 상대로 정치를 하겠다면 정권을 잡기 이전부터 그런 자세와 태도를 보여야 한다. 첫 번째엔 이런 문제까지 국민들이 보시진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는 다르다. 국민들이 충분히 안심하고 정권을 맡기기 위해선 민주당의 정치 행태부터 달라져야 한다. ‘싸가지’ 없다는 그간의 이미지를 불식해야 한다. 인간에 대한 예의, 타인에 대한 태도, 정치적 반대자와 경쟁자를 대하는 자세를 온화하게 바꿈으로써 중도적 국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어야 한다.
‘잃어버린 10년’이라며 조롱당하고, 민생에 무능했다고 손가락질받았다. 야당이 된 뒤, 두 분 대통령이 안타깝게 돌아가셨다. 이 치욕과 고통을 씻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더 겸허해져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우리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김부겸 국회의원(민·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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