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 시대… 주유카드는 油테크 지름길

ℓ당 최고 200원 할인카드 ‘봇물’… 꾸준히 쓸수록 할인혜택 ‘콸콸’

카드사들이 고유가 시대를 맞아 ℓ당 100원 이상 할인해주는 주유카드를 경쟁적으로 내 놓고 있다.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자 카드사들이 정유사와 연계해 혜택에 민감해진 고객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유사 할인혜택을 등에 업고 할인폭을 과장하는 경우가 많아 카드를 선택할 때 먼저 조건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더욱이 카드사들이 주유카드 역마진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대거 도입하고 있는 만큼 ℓ당 할인폭에 매달리기보다는 자기 주유습관과 맞는 카드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업계 카드를 중심으로 SK에너지와 GS칼텍스 등 정유사와 연계해 주유 할인혜택을 대폭 늘린 ‘주유전용 신용카드’ 출시가 늘고 있다.

 

■ 주유전용 신용카드 경쟁

지난달 하나SK카드가 SK주유소와 연계해 ℓ당 최대 190원 할인되는 ‘하나SK 해피오토프리미엄’을 출시한 데 이어 KB국민카드는 지난주 GS칼텍스와 연계해 최대 100원 할인되는 ‘KB국민 스마트세이브 카드’를 출시했다.

 

이처럼 정유사의 기름값 인하를 카드 상품과 연계하면서 주유카드는 ℓ당 ‘100원+알파(α)’ 상품이 기본상품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기름값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르면서 ℓ당 할인금액의 할인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최근 기름값이 2천원을 넘어서면서 100원 할인해봤자 5% 할인혜택을 받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ℓ당 할인폭이 최대 60∼80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할인 혜택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ℓ당 1천600원할 때 80원 할인받는 것과 ℓ당 2천원할 때 100원 할인받는 것은 할인율 측면에서 같다.

 

하나SK카드는 ‘해피오토프리미엄’을 출시하면서 SK주유소의 100원 할인 혜택에 90원 할인혜택을 합한 금액을 강조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SK스마트카드 출시에 맞춰 ‘100원(정유사 할인)+100원’ 혜택에 집중하고 있다.

 

은행계 카드사에서도 ℓ당 100원 할인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지난달 ℓ당 100원 할인, SK주유소에서는 최대 200원 할인되는 오일엠카드를, 우리은행도 같은 조건의 우리V카드 오일백카드를 내놨다.

 

■ 꾸준이 사용해야 할인 혜택 커

카드사들이 전사적으로 내놓고 있는 ‘100원+알파’ 할인혜택이 소비자들에게 마냥 혜택을 주는 건 아니다.

 

카드사들이 역마진을 방지하려고 마련해 놓은 ‘전월 실적 기준’ 등 장치들이 실제 할인폭을 낮추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얼마 전부터 전월실적에서 주유매출을 아예 배제한 데 이어, 최대 할인을 받기 위한 전월실적을 100만원 이상으로 높였다.

 

SC제일은행과 하나SK카드는 주유할인의 할인폭과 할인횟수를 월 최대 4회로 제한해 할인 금액 자체를 통제하고 있다.

 

주유할인을 받으려면 주유금액 이상의 금액을 카드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큰 혜택이 되지 않는 데다 최대 할인을 받으려고 카드를 쓰다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생긴다.

 

더욱이 이들 할인카드는 SK에너지 등 정유사들이 제공하는 100원 할인혜택 기간이 끝나면 기존 주유카드보다 혜택이 떨어진다.

 

실제로 해피오토프리미엄카드가 월 190원이 적립된다고 하지만 정유사 할인 100원을 제외하면 90원으로 떨어진다. SK에너지에서 주유를 한다면 정유사 100원 할인에 150포인트 적립이 가능한 하나SK 오일행복카드가 오히려 낫다는 의미다.

 

SK에너지에서 200원 할인되는 KB국민카드의 SK스마트카드도 마찬가지다. 정유사 100원 할인을 제외하면 100원 할인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120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신한SK오일링카드나 하나SK의 오일행복카드가 유리하다.  이선호기자 lshgo@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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