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혹한 만큼이나 축산농가와 방역 공무원들의 몸과 가슴을 시리게 하였던 구제역 현장의 생생한 기록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구제역 파동의 중심지였던 파주시가 출간한 구제역 희망백서가 그것이다.
이 책의 발간 취지는 부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현장과 매뉴얼을 오가며 좌충우돌 답을 찾은 잘잘못 고백서라는 부제는 백서가 전하고자 하는 간절한 소리를 웅변하고 있다.
파주시는 이 책의 성격을 구제역과 사투를 벌인 파주시의 솔직담백한 일기라고 정의했다. 부연설명을 통하여서는 이 책이 구제역 교과서는 아니지만 구제역 방역의 지침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겸손한 설명이고 희망이다.
파주시는 겸양지덕의 표현으로 책의 가치를 설명하였다. 그러나 책에 담긴 절절하고 입체적인 구제역 현장의 소리를 경청하면 이 책은 구제역 교과서라고 규정하여도 무리가 없다.
책의 콘텐츠 구성을 보면 그 까닭이 명확해진다. 총 368족으로 집필된 책은 종전 구제역 관련 백서와는 대별되는 특징이 있다. 종전 구제역 백서를 가득 채웠던 방역 추진 상황과 결과 등 통계 중심의 나열식 내용은 134쪽에 불과하다.
콘텐츠의 대부분은 현장 상황을 생중계하듯 전하고 있다. 구제역 현장에서 공무원들이 체험한 방역상의 문제점과 개선점이 가감 없이 모두 기록되어 있다. 축산농민의 애절한 요구와 지적도 여과 없이 담고 있다. 구제역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이 망라되어 있다고 하여도 무방하다.
이 정도면 이 책의 내재가치는 백서보다는 교과서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백서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정부가 정치, 외교, 경제 따위의 각 분야에 대하여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여 그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하여 만든 보고서. 파주시의 구제역 백서는 현상을 분석한 것이 아니다.
극한 상황에서 독기를 품을 수밖에 없었다는 어느 공무원의 고백처럼 처절한 방역현장에서 생성된 구제역 생존지침인 것이다.
지난 2000년에 구제역 파동을 겪었음에도 지난 겨울 전국적으로 발생한 구제역 사태에 또다시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하는 문제점이다.
구제역 현장의 생생한 문제점이 정확히 기록되어 대응책을 마련하였다면 재현되지 않았을 홍역을 또 치룬 셈인 것이다. 현장과 상이한 매뉴얼에 방역 공직자들이 당황하였다는 토로가 이같은 지적을 반증하고 있다. 얼마나 답답하였으면 구제역과 사투 와중에 파주시장이 대통령에게 현장의 문제점을 긴급히 전하였는지도 이 책에 담겨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구제역 방역·퇴치 시스템에 대한 구구절절한 심정을 전장에서 야전지휘관의 긴박한 대책건의처럼 대통령께 호소한 것이다.
구제역은 축산농가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 걸쳐 막대한 경제적 피해 등 국력소모를 초래하였다. 환부를 모두 드러내어 옹골진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국가적 만성질환이 될 수 있다. 지병을 감추고 숨기면 치유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있다. 증상과 병세를 낱낱이 공개하여야 치유시기를 놓치지 않고 근원치료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구제역 또한 마찬가지 비유가 적용되는 것이다. 현장의 문제점을 소상하게 있는 그대로 적시해야 사전 예방과 충분한 수습대책이 마련될 것이다. 방역현장에서 실수를 자성하는 공직자들의 진솔한 고백은 이 책이 구제역 지침서로서 평가 받아 마땅하다는 논거를 뒷받침 해 주고 있다.
이제 구제역 광풍은 일단 잠들었다. 그러나 축산농민과 구제역 발생 지역 공직자들의 가슴 한 구석에는 구제역 공포에 대한 두근거림이 잔재하고 있을 것이다.
구제역 두려움. 사전예방에 대한 자신감이 해소책이다. 방법은 철저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 한 보완대책 마련이다. 파주 구제역 백서는 그 답을 주고 있다. 그래서 희망백서이다. 구제역과 유관한 지자체·중앙정부, 기타 관계자들에게 필독서라는 서평을 감히 하고 싶은 이유이다.
전동연 파주시 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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