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 이매진 刊
짐승돌, 예능돌, 시크돌, 생계돌, 꿀벅지, 서바이벌 오디션, 노예 계약, 삼촌팬, 이모팬, 일반인 코스프레, 아이돌 고시 ……. ‘아이돌 월드’라는 왕국이 있다. TV 예능 프로그램을 지배하고 일상을 관할하는 이 실재하는 가상의 왕국에서, 지금 우리는 모두 기꺼이 팬이라는 단체명을 가진 ‘신민’이 된다.
한국의 아이돌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국가의 가요계를 장악하고 있다.
그 뿐인가. TV 음악 프로그램은 물론 예능과 드라마, 영화, 뮤지컬, 광고 등 대중문화 전반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다. 아이돌 열풍은 지나가는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처럼 한국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아이돌 문화를 최초로 분석한 문화 연구서가 출간돼 눈길을 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비롯한 10여 명의 문화연구자가 기획하고 각 원고를 담은 ‘아이돌’이다.
책에는 기획자들이 8개월간의 세미나와 6개월간의 월례 발표회를 통해 발표한 논문들이 담겼다.
아이돌과 아이돌 팝, 아이돌 문화의 의미와 의의를 짚어보는 것에서 시작해 아이돌의 음악 세계와 계보를 정리하고 아이돌과 관련한 다양한 문화 현상을 분석하고 있다.
대중음악 평론가 차우진과 최지선씨는 1996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 아이돌 그룹의 역사를 구분하고 그 차이를 분석했다.
이동연 교수 등 문화연구자 10여명
성공 이데올로기의 비판적 시각 등
아이돌 관련 다양한 문화현상 분석
10년간 아이돌 그룹 연대표 총정리
H·O·T, 젝스키스, S·E·S, 핑클, 신화, god 등을 1세대 아이돌로,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원더걸스, 빅뱅 등을 2세대 아이돌로 나눴다.
2세대는 표면적으로 1세대에 비해 멤버수가 늘어났으며, 가요 시장이 디지털 음원시장으로 재편되면서 1~3개월 간격으로 발표되는 싱글을 중심으로 휴식기 없이 지속적으로 활동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차이점을 갖고 있다.
또 기획사의 이미지 전략과 포지셔닝 방식은 2세대에 와서 더욱 정교해졌고 글로벌팝을 지향하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권경우 문화평론가는 신자유주의의 맥락 속에서 아이돌의 성공 이데올로기를 비판적으로 들여다봤다.
“지금 이 시대는 하나의 신화를 먹고 살아간다. 그것은 자신도 TV에 나오는 누군가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다. 그 밑바탕에는 ‘나도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이 짙게 깔려 있다. 그리고 현재 그 욕망을 표상하고 있는 것은 ‘아이돌 그룹’이다.”(312쪽)
이처럼 필자들은 ‘아이돌 시스템이 자본과 산업 논리에 빠지면서 나타난 문제를 2세대에서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밖에 초국적화하는 동시에 민족주의 발현의 장이 되고 있는 K-POP과 걸그룹 전성시대에 담긴 함의 등도 다루고 있다.
책 말미에는 1996년 데뷔한 H·O·T, UP, 영턱스클럽 등부터 2009년 데뷔한 미쓰에이, 2NE1, 애프터스쿨 등까지 10년 간의 아이돌 그룹을 총정리한 백서와 아이돌 연대표도 실렸다. 값 2만원.
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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