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나들이> 사랑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장은경 著, 푸른향기 刊

열여섯명 장애아 어머니의 사랑과 이별

“아가야, 사람은 누구나 가는 곳이란다. 함께 가주고 싶은데… 미안해! 정말 미안해! 먼저 가 있어…. 내가 곧 너에게 가면 그때는 더 많이 안아줄께.” 그 말에 의식이 없던 아이의 입술이 열리고 죽음 앞에서 둥글게 말려 있던 아이의 굳은 혀가 펴졌었습니다. 내게 건낸 마지막 입맞춤. 아프기 전까지 강아지처럼 내 살갗을 핥아대던 아이의 유일한 사랑의 표현을 기적처럼 선물로 주고 떠난 나의 사랑하는 아이를 잊을 수 없어 웁니다. 끝없이 솟구치는 눈물 -‘사람에게 눈물샘은’ 중에서

 

착한 사람이 되고 싶어 시를 쓴다는 휠체어 천사 장은경이 ‘작은 평화의 집’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아 에세이‘사랑하는 일만 남았습니다’를 펴냈다.

 

장호원에서 ‘작은 평화의 집’을 꾸려가며 열여섯 장애아의 어머니로 살아가고 있는 저자 역시 어릴 때부터 소아마비를 앓아온 1급 장애인.

 

이미 두 권의 시집과 한 권의 소설을 출간하며 화제를 모았던 그가 이번에 엮은 산문집은 저자의 눈물을 모아 써내려간 글들을 모았다. 저자가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과 나눈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진솔한 문장을 통해 전한다.

 

‘작은 평화의 집’ 가족들의

 

가슴 울리는 진솔한 문장

 

“때론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동반되는 이별 앞에서 밤낮없이 흐르는 눈물이 내 앞길에 큰 강을 만들기도 했지만 그러한 시련들이 무색하리만치 지금의 가족들이 사랑스럽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저자에게 희망과 행복은 멀지 않다. 혈연으로 맺어지진 않았지만 그에겐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가슴으로 끌어안은 장애아들은 물론, 작고 낡은 오토바이에 김장김치를, 때론 쌀을 싣고 달려와 주는 아저씨, 손바느질을 해서 얻은 수익금을 들고 일 년에 두 번 찾아와주는 호주의 후원자, 봄이면 나물 보따리를, 어느 날은 열무 김치를 이고 먼 길을 걸어 올라오는 할머니도 ‘작은 평화의 집’ 가족이다.

 

책은 가정해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잔잔하고 평화로운 ‘깨달음’을 선물한다. 값 1만3천원.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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