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농업인도 마케팅 할 수 있어야

정부에서는 농산물의 유통문제를 농정의 핵심과제로 인식해 여건변화에 맞춰 지속적인 유통구조 개선대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농산물은 특성상 부패하기 쉽고, 유통경로가 길고 복잡하며, 이상 기후에 따라 수급불안 및 가격 등락이 심하게 작용하는 등으로 인해 대책수립이 어려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자에게도 마케팅이 중요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생산자는 생산에만 전념해 왔지만, 농산물을 생산만하면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

 

그동안 생산자는 도매시장이나 대형유통업체 바이어나 산지벤더를 통해 농산물을 판매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일부 생산자는 바게닝파워(시장교섭력)가 약하거나 장래 가격의 불확실성 때문에 농산물을 소위 밭떼기(포전매매)로 팔아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와 같은 배추파동의 예가 이를 잘 방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도매시장 중심의 유통채널을 다변화하고 포장, 유통, 수송 등 유통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요컨대 전국 주요 국도변(또는 관광지 주변)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농산물직판장을 설치해 농업인에게 마케팅 활동의 장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국도변에 직판장을 설치하는 이유는 출퇴근이나 비즈니스 또는 가족 여행 시에 차량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 고객에게 접근성과 편리성을 제공해 주기 위해서다.

 

직판장에는 주차장, 레스토랑, 화장실 등을 설치해 이용자에게 휴게공간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전국적으로 정부에서 지정하는 통일된 직판장 심벌마크(로고)가 그려진 도로 표지판을 설치해 고객의 인지도를 높일 필요도 있다. 이에 필요한 부지나 재원 확보는 정부나 지자체, 농협 등에서 지원 또는 출자하는 방안이 강구될 수 있다.

 

직판장은 생산자 측에서 보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우선 유통단계가 대폭 축소돼 운송비, 경매수수료, 포장비 등 유통비용이 크게 줄어 생산자의 수취가격이 높아진다. 둘째, 안정적인 판로 확보가 가능하다. 셋째. 매장의 상품이 품절되면 그 상품을 출하한 출하자가 신속히 보충할 수 있다. 넷째, 규격외품도 취급이 가능해 농산물의 로스를 줄일 수 있다. 다섯째, 생산자가 직접 상품가격을 정함에 따라 매출액을 알 수 있어 생산 및 출하계획 수립이 용이하다. 여섯째, 소비자의 니즈 파악이 가능해 생산계획 및 품질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일곱째, 타지역소비자의 구매에 의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여덟째, 직판장에 출하 농업인은 지속적인 수입원이 생겨 즐겁게 일할 수 있어 몸도 건강해져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한편 소비자 측에서 보면, 시중 보다 저렴한 가격에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고, 생산자의 얼굴이 보이는 안전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또 당일 아침에 수확한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판매하는 농산물이 대부분 로컬푸드(local food)이기 때문에 상품구색을 맞추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

 

직판장 운영은 생산자들이 수수료와 출하, 판매, 정산방법 등을 정한 운영계약서를 작성하여 할 수 있다. 판매방법은 생산자명, 품목명, 가격 등이 표시된 바코드를 생산자가 직접 상품에 부착하여 진열하고, 판매 시점에서 생산자별 품목별로 매상을 관리하는 POS(point of sale)시스템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정산할 수 있다.

 

아무쪼록 이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직판장이 전국에 많이 설치돼 생산 농업인이 판로 걱정 없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황 인 석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아산출장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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