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최고’임금?

매년 봄이면 노동계와 경영계, 그리고 정부 등 다양한 주체들이 최저임금액 결정을 두고 논쟁을 벌인다. 다음 연도에 적용될 최저임금에 대한 심의가 열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연대는 지난 3월 ‘2012년 적용 최저임금 5천410원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경영계의 2012년 최저임금에 대한 입장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최저임금위원회는 고용노동부의 최저임금 심의요청안에 대해 전원회의 등을 통해 심의하고, 6월 29일까지 그 결과를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할 것이다.

 

최저임금제도란 국가가 노·사간의 임금결정과정에 개입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이다.

 

최저임금제도는 1894년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주로 가내공업근로자, 여성 및 미성년 근로자 등 취약 계층 근로자를 저임금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사회적인 관점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실시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보다 많은 나라들에서 최저임금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취약 계층  보호차원서 실시

 

국내에서는 198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최저임금법’이 법적 근거가 된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을 바탕으로 결정된다. 2011년 현재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시간급 4천320원, 일급 3만4천560(8시간 기준), 월급 90만2천880원(주 40시간, 209시간 기준)이다.

 

결국 최저임금 문제에서 사회적으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어느 정도가 최저임금으로 적정한가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제기는 여성계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0년 전국여성노조가 실시한 인천지역 대학교 청소용역 여성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금실태조사 결과가 밝혀지면서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여성·노동·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를 발족하게 된 계기가 됐다.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에서는 현실적으로 여성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이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최고’임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만큼 최저임금이 여성노동에 큰 의미를 갖는 것이라는 점을 역설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많은 여성근로자들의 임금은 매년 결정되는 최저임금액에 근거해 결정된다.

 

심지어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임금을 받고 있는 경우도 있다. 여성계에서 최저임금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다.

 

여성 이외도 최저임금에 많은 영향을 받는 집단이 있다. 이른바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는 청년층이다. 이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부분 시간급을 기준으로 임금을 받는데, 그 시간급이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이다. 최저임금이 그들이 일한 댓가로 받을 수 있는 ‘최고임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법에서 정한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한 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에서 전국 대학생 남녀 3천367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아르바이트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40.7%가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알바생’ 상황은 더 열악

 

‘십대 아르바이트’ 근로자의 상황은 더욱 열악할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실제 처벌받는 사업체는 극히 드물다.

 

결국 최저임금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집단은 여성, 청년층, 파견·용역 근로자 등 노동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근로자들이다. 최저임금법의 목적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2012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요즈음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제도가 그 목적에 맞게 실현되고 있는가?

 

정형옥  道가족여성연구원 성평등 고용연구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