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심사(충남 서산시) 가는 길은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미와 개울물 소리에 호젓하고 정겹다. 초파일을 앞 둔 전국의 사찰이 연등으로 뒤덮였지만 이곳은 무슨 설치미술처럼 범종각 옆에만 단아하게 걸려 있다. 산문 전체가 돌담길을 연상시키는 소박함이 묻어난다. 왕벚꽃도 화사하고 목조여래좌상도 흥미롭다. 그러나 이 절의 압권은 무엇보다도 굴절의 미학 심검당 기둥이다. 이런 방종을 지켜보는 홍매화 한그루가 관능미 넘치는 여인의 입술처럼 붉은 꽃잎을 열고 상기되어 있다. 연못 밖에 맨살을 드러낸 백일홍이 수많은 가지를 일으켜 기지개 켤 때, 태안가는 길의 풍전 뚝집을 향한다. 얼큰한 어죽이 뜨거운 땀을 장맛비에 봇물 터지듯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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