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와 아리랑

지난달 30일 김연아 선수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메가스포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2011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에는 김연아의 우승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프리 스케이팅의 배경음악에도 뜨거운 관심이 집중됐다. ‘오마주 투 코리아(Hom-mage to Korea, 대한민국에 대한 존경)’ 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프리 스케이팅 프로그램을 연기하는 동안 김연아는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전 세계에 한국의 ‘아리랑’이 울려 퍼지게 했다.

 

이 음악은 서희태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단장과 드라마 ‘짝패’의 음악을 만든 지평권 음악감독, 미국 영화음악의 거장 로버트 버넷이 함께 편곡했다고 한다. ‘오마주 투 코리아’라는 또 하나의 아리랑은 세계인이 공감하기 쉬운 서양의 음악 언어인 오케스트라로 연주됐다. 의상 역시 한국의 산과 그 사이로 흐르는 강의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종이와 먹 대신 천과 보석이 사용된 한 폭의 산수화가 연상되는 작품이었다. 이상봉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전세계에 울려퍼진 아리랑

 

아리랑은 한민족의 대표 음악이자 상징이다. 의미 있는 순간마다 전 세계를 향해 울려 퍼지던 선율이 바로 아리랑이다.

 

1991년 4월29일 일본 지바현 닛폰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결승전에서 최초의 남북 단일팀인 ‘코리아’가 대회 9연패를 노리는 중국을 누르고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시상식에서는 한반도를 그려 넣은 단일기가 오르고, 남북이 한 목소리를 부르는 단일팀의 단가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역사적인 이 순간을 전 세계인들이 방송으로 지켜봤다. 2008년 2월26일,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북한의 동평양대극장 무대에 섰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공연이었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이틀 뒤인 2월28일 예술의 전당 무대에 서는 것으로 평양과 서울을 잇는 한반도 평화의 순례를 마감했다. 이 두 무대에서 최고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앙코르 곡으로 연주된 ‘아리랑환상곡’이었다.

 

‘아리랑환상곡’은 민족의 역사와 정서를 통합할 수 있는 단순성과 생명력을 담고 있으면서 동서양의 보편적 음악 표현 수단인 관현악으로 편곡해서 누구에게든 거부감을 주지 않으며, 서양악기와 개량 국악기가 조화를 이루어 ‘배합관현악곡’의 풍부한 음색을 자랑한다. 민족 정서의 원형질을 세계인들과 음악적으로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역사적 사건이었다.

 

아시아권의 피겨 선수들은 지금 뛰어난 실력으로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올라 있다. 그렇지만 아직은 배경음악을 선택할 때 인지도가 높은 서양의 명곡을 주로 사용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피아졸라의 탱고나 비제의 칼멘, 그리그의 페르퀸트 모음곡,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등 민족적 색채가 짙은 작품들이 피겨 선수들의 음악으로 자주 사용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민족과 대한민국을 알리다

 

그런 점에서 우리 민요 아리랑을 위주로 편곡된 음악을 프리 스케이팅 배경음악으로 선택한 것은 김연아 선수에게는 모험이자 자신감의 표현이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한민족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아리랑을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용함으로써 세계적 문화 브랜드로 만들려는 의지는 진정 환영할 일이다. 자신을 낳고 키운 조국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오마주 투 코리아’로 보여준 김연아 선수의 연기는 그런 면에서 금메달 이상의 값진 성공이었다고 판단된다. 앞으로 창작을 하는 예술가와 기획자들 역시 ‘아리랑’을 세계화하는 데에 힘을 보태 ‘오마주 투 코리아’로 연결되기를 바란다.

 

김동언  경희대 아트기획학과 교수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기획감독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