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미래와 선거

영국의 경제학자였던 비버리지(W.H.Beveridge)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국가가 완벽한 사회보장제도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에서 전후사회를 재건하기 위해 1942년에 제출된 비버리지 보고서에는 궁핍(want), 불결(squalor), 나태(idleness), 무지(ignorance), 질병(disease)을 5대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이를 동시에 퇴치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영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들은 일찍이 풍요를 누려왔다.

 

최근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서 산업화와 지식정보화 사회로 도약하며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은 인구감소 문제이다. 근래 미래학자들이 우리나라의 인구감소 추계로 예측한 것을 보면 너무도 비관적이다. 근래 4천800만 명 정도인 우리나라 인구는 2018년에 4천900만명으로 정점에 달한 후 2050 년에 4천200만명, 2100년에 1천 만명 수준으로 급격히 하락하다가 2305년경에는 5만7천명 정도만 남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하니 안타깝다.

 

그런데 정치는 선거로부터 시작된다. 또한 선거가 정치와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과소평가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들은 선거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위기를 똑바로 인식한다면 이젠 어느 것 하나 무심코 지나칠 일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우리 앞에 놓인 장애물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고 본다. 사회적인 무질서와 갈등이 무한대로 지속되는 한 국가의 정체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선거도 궁극적으로는 갈등을 심대하게 유발하는 제도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계층이나 세대 간의 갈등해소 비용으로 GDP(국내총생산)의 27%가 소요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범국민적인 합의를 도출하여 이런 낭비적인 요소를 시급히 차단해야만 선진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다. 그래야 국가경쟁력이 높아지게 되고 행복한 나라가 될진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바른 선거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선거가 바르게 치러져야 한다. 100여년 전에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선거를 실현한 영국에서는 너무도 타락한 선거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극약처방을 내렸다. 시의원이 가난한 유권자에게 한화로 6천 원 정도를 준 불법행위가 발각되어 체포되었는데, 그 후에는 이 사건이 처벌의 기준이 된 선례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선거운동원이 유권자에게 맥주 몇 병을 준 사건, 당선자가 관행에 따른 당선사례로 유권자에게 소소한 음식을 준 사건, 호별방문내용을 기록한 후보자의 노트에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기록되어 있다는 불확정행위마저도 일벌백계로 처벌했다. 즉 관련된 선거 또는 당선을 무효로 하고 후보자가 모르는 가운데 선거운동원이 불법행위를 한 경우에도, 연좌제를 엄격히 적용하여 그 후보자 까지도 가혹하게 처벌했다. 그처럼 강도 높게 처벌함으로써 1903년경 영국에서는 선거에서의 불법행위가 완전히 사라졌고, 그러한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한다.

 

오는 27일에는 상반기 재·보궐선거가 실시된다. 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좋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귀찮고 힘들더라도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너도나도 투표하지 않으면 질 낮은 후보자가 당선돼 이 나라 민주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불행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투표에 임해야 한다.

 

박희선 고양시 일산동구선관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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