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조건 까다롭고 은행들 돈 안돼 판매 미온적 정부 “1兆 기금 조성” 도입 반년여 1천억도 안팔려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모씨(38)는 최근 분당의 전용면적 85㎡인 아파트 구입에 필요한 부족자금 1억원을 빌리려고 은행 창구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렸다.
김씨는 정부가 최대 2억원까지 지원하는 생애첫주택자금대출을 받으려 했지만 자금대출이 가능한 가구 소득기준 4천만원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김씨 부부의 연소득은 5천만원이다.
회사원 이모씨(35)는 아파트 생애첫주택자금대출을 통해 아파트 구입자금을 빌리려고 은행에서 상담을 하다가 생애첫주택자금대출 대신 보금자리론으로 자금을 조달키로 했다.
이처럼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와 까다로운 대출조건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부동산 활성화 대책으로 내놓은 ‘생애첫주택구입자금대출’이 외면받고 있다.
19일 시중은행과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9월 부동산 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처음 주택을 장만하는 연소득 4천만원 이하 세대주 등에 자금을 지원해 주는 생애첫주택구입자금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생애첫주택구입자금대출은 현재까지(3월 말) 모두 997억원만 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 458억원, 농협 237억원, 신한은행 149억원, 하나은행 102억원, 기업은행 51억원 순이다.
정부가 지난해 부동산 활성화대책을 내놓을 때 최대 1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을 펼친 것에 비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 자체가 약보합세를 보이면서 대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A은행의 월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12월 4천6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 1월 2천300억원으로 절반으로 꺾였으며, 이사철 수요가 몰린 2월과 3월에도 각각 4천1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익에 기여하는 부분이 적다는 점도 은행들이 생애첫주택구입자금대출 영업에 미온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일반 주택담보대출의 수익이 예대마진에서 생긴다면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한 생애첫주택자금대출은 건당 13만원을 받는 업무 위탁수수료가 수익의 전부다.
생애첫주택자금대출과 비슷한 고정금리 대출 상품인 주택금융공사의 ‘u-보금자리론’의 업무위탁수수료가 0.4%, 시중 은행 가계대출 예대마진율이 0.4∼0.5%인 점을 감안하면 3천만원 이상 대출자는 당행의 주택담보대출이나 u보금자리론으로 유도하는 것이 낫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3월 보금자리론 공급실적은 7천815억원을 기록해 생애첫주택구입자금을 압도했다.
도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은행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더 적극적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다”며 “고객들도 생애첫주택구입자금 대출보다 보금자리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선호기자 lshgo@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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