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불편한 나에게 춤은 삶을 춤추게 한 원동력”
“항상 ‘어떻게 해야 몸이 덜 불편하게 보일까’를 고민했죠. 한국무용을 배우며 몸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에 놀랐어요.” 경기도가 최근 도내 최고 기록을 보유한 사람들을 공모한 일명 ‘경기도 최고’에서 장애인임에도 무용수로 선정된 이은경(44·사진) 씨의 말이다.
그는 세살 때 사고로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 3급 장애를 겪고 있지만,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경기도문화의전당 문화교실 한국무용 강좌를 들으며 각종 공연 무대에 올라 희망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무용계 전문가도 국내에서 “지체장애 무용수는 국내에서 찾기 힘들다”며 그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는 상황.
병원에서 ‘수술해도 대공사에 그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을 정도로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던 그가 춤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2003년 자원봉사자와 장애인 송년 모임에서 장애인들이 두 발을 땅에 붙인 채 상체만 흔드는 어색한 모습으로 움직이는데 자원봉사자 한 분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춤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병원 진료를 받고 나오던 순간, 그 모습이 떠오르면서 ‘내게 장애가 없는 3일이 주어진다면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는 이후 동사무소나 관련 교육 기관에 문의했지만 ‘받아줄 수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마지막으로 문을 두드린 도문화의전당측으로부터 한국무용 무용교실 수강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마냥 행복했다고.
각종 공연 무대서
희망 전도사로 활약
“도립무용단 이영진 선생님은 다른 사람의 시선만 견딜 수 있다면 장애가 있어도 춤을 추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저를 받아줬죠. 수업 첫날, 아무 준비도 못한 제게 치마를 입혀줬던 동료 수강생의 손길도 참 따뜻했어요.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을 거예요.”
3살 때부터 아팠던 다리 때문에 팔을 벌리고 도는 것부터 뛰어오를 때 어디에 힘을 주는 것 등 몸을 움직이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그녀. 그러나 도립무용단 이영진 수석단원 겸 강사와 동료의 격려는 그녀를 춤추게 했다.
이씨는 한국무용 수료 후 10여 회 넘게 공식 무대부터 양로원 방문 봉사 공연 등에서 군무와 독무를 췄고, 지난해 ‘전국 국민대축제 장애인 콘테스트’에서는 동상을 받기도 했다. 장애인 콘테스트의 참가자 대부분이 노래로 지원하는 상황에서 지체 장애인이 춤으로 도전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이와 관련 동료 김희자(56·여) 씨는 “차를 타고 가다가 동작이 기억나지 않으면 바로 내려서 연습을 하는 등 열정적인 모습에 오히려 내가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경기도 최고’에 공모한 것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장애인도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을 자랑하는 한편, 제가 해냈다는 자부심을 갖기 위해서였어요. 이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일에 매진할 거예요. 춤도 당연히 추죠. 제 삶의 원동력인걸요.”
올해 청소년활동진흥센터에서 청소년 대상 강의를 하게 된 무용수 이은경. 인터뷰를 마치고 공연 연습실로 돌아가는 그의 가벼운 발걸음이 희망을 새기는 듯 힘차다. 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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