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가 전해 주는 18세기 조선의 궁궐 안 풍경

정조의 비밀 어찰, 정조가 그의 시대를 말하다 수원화성박물관 著, 푸른역사 刊

정조어찰첩을 통해 정조의 생생한 목소리가 증언하는 18세기 조선의 내밀한 궁궐 안 풍경을 느낄 수 있는 책이 발간됐다.

 

‘정조어찰첩’은 정조가 심환지에게 보낸 비밀 편지로, 기존의 사료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당대 정치의 이면과 정조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난 귀중한 사료이자 18세기와 정조에 대한 역사적 서술의 근간을 뒤흔들며 재해석을 요구하는 기록이다.

 

‘정조의 비밀 어찰, 정조가 그의 시대를 말하다’(푸른역사刊)는 정조어찰첩을 분석한 최근의 연구 성과를 담고 있는 11편의 논문을 모은 책이다.

 

1부는 정조어찰첩의 자료적 특성을 검토한 논문들이고, 2부는 정조가 비밀 어찰을 쓴 시기의 정치사를 검토한 논문들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근엄한 성군의 모습이었던 정조의 일상생활과 다혈질적인 성격을 파악하게 됐고, 노론 벽파의 의리와 활동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가능해졌다고 한다.

 

지난 2009년 2월 9일 정조의 비밀 어찰 묶음인 정조어찰첩이 공개되면서 역사학계는 물론 세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공개된 정조어찰첩은 군주의 폐기 명령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분량의 편지를 정리·보관한 첩(帖)으로서,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정조 어찰의 수신인이 정조와 정치적으로 적대적인 관계로 알려진 심환지였다는 것이다.

 

심환지가 받고 보관한 정조의 비밀편지는 정조의 인간적인 면모와 당대 인물들에 대한 평가, 병세와 같은 민감한 정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사적인 기록인 동시에 인사 문제와 정치현안, 심환지를 조종해 정국을 조율한 증거들이 담겨 있는 정치문건이기도 하다.

 

수원화성박물관은 텍스트만으로는 맥락을 파악하기가 어려운 정조어찰첩의 비밀편지들을 다양한 주제로 접근해 분석한 논문을 엮어,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다듬어 정리했다. 2만7천800원.

 

강현숙기자 mom1209@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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