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나들이> 인생의 지혜를 담은 ‘들꽃과의 대화’

꽃에게 말을 걸다  백승훈 著, 매직하우스 刊

“어쩌면 나무나 풀들이 몸에 날카로운 가시를 내어다는 것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약자의 허장성세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가시나무를 베어내면 새로 돋은 가지엔 더 크고 날카로운 가시가 돋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비록 가시가 많은 나무일지라도 얼마만큼 자라면 가시가 점차 줄어드는 것도 이제 자신을 지켜낼 만큼의 힘이 생겼다는 자신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시 돋친 말들, 가시 돋친 생각들이 나를 찔러올 때 아프다 비명을 지르거나 경계하기보단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상대의 입장을 헤아려주는 아량이 더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온 몸에 돋친 가시 때문에 만지기 힘든 엉겅퀴는 그러나 곤충들에게는 달콤한 꿀을 아낌없이 나눠 주는 더없이 다정한 꽃이라고 말하는 남자. 생의 막다른 길목에서 흰 냉이꽃을 만난 뒤 야생화에 매료돼 10년을 넘게 전국을 돌며 수많은 꽃들에게 말을 걸고 있는 남자. 자신 스스로를 ‘들꽃을 찾아 날아다니는 흰벌’이라고 부르는 백승훈이 수많은 꽃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에세이집 ‘꽃에게 말을 걸다’(매직하우스 刊)를 내놓았다. 책 속에는 시적인 글들과 함께 세련된 솜씨로 섬세하게 찍은 들꽃 사진들로 가득하다.

 

‘야생화 작가’ 백승훈의 에세이집

 

10년 넘게 전국 돌며 쓰고 수집한

 

서정적 글·섬세한 들꽃사진 엮어

“꽃은 종교”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작가는 꽃 한 송이 피고 짐에서 우주를 깨닫고 들꽃과의 대화를 통해 인생의 지혜를 읽어 낸다.

 

작가는 3년 전부터는 고향인 포천으로 돌아가 꽃을 좋아하는 93세의 어머니와 단둘이 살면서 철따라 피어나는 들꽃들을 벗 삼아 ‘꽃에게 말을 거는 남자’로 살아가고 있다.

 

백승훈은 현재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부지런하게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하루 1천명 이상이 그의 블로그를 찾아 꽃과 사람 사는 세상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처음엔 화려한 꽃을 찾아 다녔지만 우연히 마주친 들꽃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면서 세상의 모든 꽃들이 각기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임을 재인식하게 됐다”고 말한다. 값 1만8천원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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