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시티의 동의어는 느림의 미학, 안개 낀 새벽에 청보리와 노란 유채가 원색의 대비를 이루며 출렁이는 청산도에 마음을 내렸다. 천천히 옮기는 발걸음이 우주에 온 기분이다. 푸른 바다에 찌든 마음을 토해내어 헹군다. 물질하는 해녀들의 꿈틀거림도 싱싱하고 전복 맛은 더없이 구수하다. 오랜만에 동행한 M이 달래 캐기에 분주하다. 슬로시티 길을 한 바퀴 돌고 햇살을 마당가득 들여놓은 한 할머니 집에 들렀다. 어머니를 닮은 할머니는 난데없는 불청객을 마루에 걸터앉히고 커피를 내왔다. 빈속을 채우는 달달한 맛이 장기의 트랙을 도랑물처럼 천천히 흘러내린다. 장광위로 쏟아지는 따사로운 봄볕이 졸음을 몰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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