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부품소재 산업을 육성하면 대외적으로 부가가치의 유출 축소로 무역흑자가 커지고, 대내적으로는 고용창출력 강화, 양극화 원화 등의 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 특히, 부품소재 산업은 기술 혁신이 경제 전반으로 파급되는 통로 역할을 하게 돼 통상 학계에서 언급되는 ‘저기술 균형’ 또는 ‘중진국 함정’에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지난달 11일 일본 동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강진은 단기적으로 볼 때 지진피해로 인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1% 가까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는 일본을 중심으로 중국, 한국을 잇는 분업체계로 돌아가고 있다. 즉 일본에서 핵심 부품과 소재를 보내면 한국에서 중간재로 만들고 이를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완제품으로 조립하는 구조다. 일본 대지진의 산업 피해로 일본·중국·한국·대만과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아시아 생산분업 시스템’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 분업 구조에서 최상위 기술을 제공하는 ‘허파’와 같은 존재로, 일본의 산업 피해가 장기화할 경우 아시아 제조업이 공급 체인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日지진으로 아시아제조업 타격
우리나라는 아시아 생산분업 시스템의 핵심 국가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일본 수입액은 약 643억 달러. 이 중 70% 안팎이 중간재(부품+반제품) 형태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진으로 인해 일본의 산업 피해가 지속된다면 전자·기계·소재 등을 중심으로 부품 조달 애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일본 열도를 강타한 지진으로 일본의 주요 반도체 공장들이 영향을 받으면서 앞으로 반도체 업계에서 공급 부족과 이에 따른 제품 가격 상승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피해 영향권에 있는 공장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최근 인기 상품들에 탑재되는 플래시메모리를 생산하는 곳들이다.
일본의 첨단 부품 소재 산업 대한 의존도가 큰 경기도에서 완제품의 생산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크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주요 부품은 철강제품, 반도체, 플라스틱 제품, 평판디스플레이 제품,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이다.
한국 부품소재 교역이 총량적인 개념에서 크게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산 부품소재가 아직 선진국 시장에서는 점유율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개별 국가 시장을 보면 미국 부품소재 수입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점유율은 2000년 5.3%에서 2010년 3.7%로 하락하고 있으며, 일본 부품소재 수입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2000년 8.5%에서 2010년에 8.3%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또 부품소재 수출 부품 중심으로 이루어져 소재 부문의 대 선진국 무역역조가 심화되고 있다. 소재·부품소재 수출 비중은 2000년 35.4%에서 2010년 32.2%로 축소되고 있고 있는 추세이다.
국산화율 높이고 수입선 다변화를
이번 일본의 지진 사태로 앞으로 경기도 소재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첫째, 부품소재 기술 수준별로는 하이테크 부문 위주의 선별적 육성 전략을 통해 향후 경쟁이 치열해질 범용기술시장을 탈피해야 한다. 둘째, 부품소재 업종별로는 수출의 과도한 IT 의존도를 해소하기 위해 정책적 지원을 IT 이외 업종에 집중해야 한다. 셋째, 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전방 수요 기업과 부품소재 생산 기업 간의 연계를 강화시켜 부품소재에 대한 국내 수요도 진작시켜야 한다. 넷째, 부품소재 경쟁력의 핵심인 기초 연구 활성화를 위해 연구 인력의 체계적인 육성과 글로벌 선도 기술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이번 일본의 부품 소재 산업의 공급 차질은 일본의 부품소재, 한국의 반제품, 중국의 완제품 생산이라는 동북아 분업구조에 차질을 초래해 동북아의 산업을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 경기도에서 주요 산업의 대일 부품 소재 산업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부품 소재의 국산화율을 제고하는 한편 미국, 유럽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김기흥 경기대학교 경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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