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서서히 봄기운이 돌기 시작하지만 이번 겨울은 매서운 한파와 구제역으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는 그야말로 암울한 겨울로 기억될 것 같다. 구제역으로 10개 광역지자체와 60여 도시민들이 입은 피해는 막대했다. 경제적 손실, 사회적 혼란, 환경오염, 정신적 충격 등 총체적인 피해가 발생했다.
농축산 경제는 휘청했고 식당, 관광업계도 꽁꽁 얼어붙었다. 이런 물질적 손해뿐 아니었다. 집안 생계를 함께 꾸려나갔던 정든 소와의 이별을 맞는 농민들은 마치 가족과의 이별처럼 여겨져 정신적, 심적 고통이 대단히 컸으리라 사려된다. 가축의 생매장에 참여한 일부 지방공무원은 평생 잊지 못할 광경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을 지경이었다. 경제적·문화적으로 취약한 우리 지역사회는 2009년에 발생한 AI 조류독감에 이어 이번 구제역으로 더욱 깊은 상처를 받게 되었다.
건강성 회복위한 행사 활성화를
구제역 발생기간 중, 전국적으로 정상적인 문화학술 행사는 불가능했다. 예정됐던 각종 회의가 취소되고 모처럼 기획됐던 수준 높은 문화예술 행사, 공연들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안동 문화예술의전당은 지난해 12월 모든 일정을 취소했고 개관 특별공연 조수미 콘서트도 취소됐다. 또, 전반적으로 박물관,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 수도 한파의 영향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와 달리 지역의 문화는 전통과 민속을 기반으로 하는 참여형 행사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이번 구제역으로 농촌지역에서 입은 문화적 충격은 매우 컸다고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이번 구제역은 지난 겨울기간 동안 우리의 문화예술 시장을 마비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제역 발생 지자체 중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17개 시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여 거의 경기도 전 지역이 구제역 홍역을 치렀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막대했고, 사회문화적 손실도 매우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경기도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문화예술 행사는 움츠릴 수밖에 없었고, 공무원과 시민들도 하루하루 구제역과의 전쟁 속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쏟을 수 없었다.
특히 문화예술, 관광을 강조하고 있는 경기도로서는 이번 구제역으로 인한 후유증에서 벗어나 문화적 건강성을 회복하는데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영국도 지난 2000년 구제역으로 국가적 재난을 맞았지만 각종 문화예술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데 힘썼다. 영국예술위원회는 예술인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문화적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는 각종 행사를 적극 지원했고 문화예술인도 시민들에게 더욱 다가가는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아울러 문화적으로 더 소외된 벽촌 마을을 대상으로 과감한 진흥정책을 펼친 적이 있다.
심적 고통 치료하는 문화예술
최근, 경기도내 부천, 안성 등 일부 도시의 전통 지역축제 예산이 축소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문화예술 종사자들이 상당히 위축돼 있다고 한다. 이는 잘못된 현상이다. 부정을 긍정으로, 무기력을 정열로 바꾸는 화학적 반응은 바로 문화의 힘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힘들고 부족한 예산이지만 더욱 문화예술에 관심을 기울이는 지자체와 시민들의 용기가 필요할 때다. 구제역의 쓰나미는 문화의 건강성과 강한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 허권 유네스코평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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