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환상 깨기

경기도에 뉴타운 바람이 분 것은 2006년부터다. 민선 4기 도시자로 당선된 김문수 지사 주도 아래 뉴타운 사업은 경기 전역에서 추진되고 있다. 2020년을 목표로 12개 시·군 23곳, 30.5㎢(926만평)의 뉴타운이 재정비촉진지구란 이름으로 지정되었다. 여의도 면적의 3.6배, 분당 신도시 면적의 1.6배 해당하는 규모다. 작게는 김포양곡지구 28만6천700㎡(12만평), 크게는 오산 오산지구 298만6천472㎡(약 90만평) 등 다양한 규모로 지정되어 있다.

 

2002년 서울에서 시작된 것을 기점으로 하면, 뉴타운 사업은 올해로 9년째를 맞고 있다. 하지만 서울의 일부 지구가 준공된 것을 제외하면 수도권과 지방의 추진 실적은 아주 미미하다. 이렇게 되자 최근에 들어 지구 지정을 취소해달라는 요구가 전국적으로 빗발치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2010년 8월 군포 금정지구가 지정 후 3년 내에 하게 되어 있는 재정비촉진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자동 취소됐다. 2011년 1월 평택 안성지구는 주민투표 결과 반대가 많아 평택시 요청으로 경기도에 의해 지정이 취소됐다. 21곳의 뉴타운이 남아 있지만 9개 지구가 3년 이내 촉진계획을 수립하지 못하면 취소될 처지에 있다. 안양, 의정부, 오산 등에서는 지정취소를 둘러싼 논의 내지 투표가 실시되고 있다. 이렇게 되자 김문수 지사는 종전 입장을 바꾸어 ‘뉴타운 재검토’를 언급하고 나서면서 사업 백지화가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개발이익 위해 멀쩡한 도시 없애

 

뉴타운의 이러한 운명은 처음부터 예상되었던 바다. 서울에서 본격 추진되던 2007년 중하반기부터 뉴타운 사업은 여러 문제점을 노정하기 시작했다. 2008년 서울시는 주거환경개선정책위원회를 구성해 사업 전반에 대한 검토를 실시한 결과 기존방식으로 뉴타운 사업을 지속할 수 없음을 밝혔다. 상황이 이럼에도 경기도는 2007년부터 2009년 2년 사이에 23개의 뉴타운 지구를 집중적으로 지정했다.

 

뉴타운 사업은 체계적인 연구검토를 통해 도출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급조되어 제안된 것이다. 그것도 엄청난 개발이익이 창출되고 시가지가 하루 아침에 천지개벽할 것이라는 기대와 환상으로 포장되어 있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실현성에 큰 의심을 품지 않았다. 또한 뉴타운이란 허울 뒤에 멀쩡한 도시가 뜯겨지고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도 눈길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 경기도의 21개 지구 중 노후불량 건축비율이 당초 기준인 3분의2 이상이 되는 곳은 부천 원미지구와 의정부 가능지구 두 곳뿐이다. 노후도로만 친다면 경기도 뉴타운 대부분은 뉴타운 사업이 굳이 필요치 않다.

 

뉴타운 9년, 지구지정 취소 잇달아

 

그렇다면 멀쩡한 도시를 뜯어낸 뒤 누구를 위한 도시를 만들려고 할까? 경기도 11개 지구 재정비촉진계획을 보면, 뉴타운 사업으로 기존 가구(22만959가구)의 14.4%가 거주할 공간이 사라진다. 개발 전 전체 가구의 72.4%에 해당하는 세입자 가구(13만6천825가구) 중 76.2%가 거처를 잃게 된다. 뉴타운 사업으로 15만6천614호의 새 주택이 공급되지만 저소득층이 많은 원주민 중에 억대의 추가부담금을 부담할 가구가 얼마일지 의문이다.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자문위원회 실태조사에서 뉴타운의 새 주택에 살기 위해선 현재 소득이 2.5배 이상 상승돼야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뉴타운 환상을 깨야 한다. 개발이익 하나를 위해 도시 전체를 지우고 없애는 뉴타운은 오스망의 파리개조에 의해 노동자(서민) 대다수를 쫓아낸 악명 높은 도시학살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다. 이젠, 뉴타운 방식을 버리고 삶의 켜를 온전히 담아내면서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올드 타운(old town)으로 도시를 가꾸어가는 방식으로 옮겨가야 할 때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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