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정치, 성숙한 정치

지난 연말과 새해 지역구 주민들께 인사다니면서 제가 들었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의원님 정치 오래 하시려면 거짓말부터 배우셔야 합니다. 일단 우기고 보는 것도 배우시고, 권투도 배우세요. 싸움잘하려면요”

 

서글픈 이야기입니다. 이것이 수원 권선구 주민들만의 생각이겠습니까.

 

국민들은 오늘 대한민국의 정치를 소명과 사명이 아니라 하나의 구경거리나 쇼 정도로 생각합니다. 정치인들은 정치를 거친 수법, 조롱, 야유, 반칙, 노골적인 술책을 써서 이기는 것에 환호하는 시합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그 과정은 무시하고 말입니다.

 

국민들도, 정치인도 이제는 성숙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그러나 그 말은 그저 바램으로만 끝날 뿐 실현불가능해 보입니다. 누구는 욕만하고, 누구는 기다리기만 하고, 누구는 아예 포기합니다.

 

저도 포기할 뻔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 바램을 행동으로 옮겨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지역구에서 가게를 하시는 분들이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고 호소하거나, 이웃집 아주머니들이 높은 물가를 걱정할 때 그 문제들을 한번에 해결해드릴 수 없는 제가 한없이 작아지고 우리 정치가 더 작게 느껴져 속상합니다.

 

지금 세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고, 우리나라에 한정된 문제라는 건 거의 없습니다. 저 아랍권의 정치분열은 세계적인 석유파동으로 이어질 수 있고, 현실적으로 우리 물가에 바로 반영됩니다.

 

모든 것을 우리 정부가 다 해결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정부만을 공격하거나 성토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현안에 대하여 얼마나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는지, 그것에 대한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지,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알고 선택하는지에 대하여 따지고 비판해야 합니다.

 

야당도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야당이니까 상황을 왜곡해도 되고, 때로는 거짓으로 공격해도 된다는 식의 태도 이제 버려야 합니다. 마치 약자인 것처럼 포장을 해서 표를 끌어내는 방식이나, 약자는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태도는 이제 버려야 합니다. 진정성은 정부나 여당만 있어야 하고 야당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거짓말을 해도 괜찮다는 식은 이제 버려야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타협할 수 있는 것과 타협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해야 합니다. 부모가 자식의 죽음을 놓고 타협할 수 있습니까. 타협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솔로몬의 명판결 이야기가 지금까지 회자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이를 둘로 갈라 나누어 가지라는 판결에 진짜 엄마는 아이의 죽음을 놓고 왕과도 가짜 엄마와도 타협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 아이의 절반에 대한 권리를 포기해버립니다. 아이를 살리는 방법은 타협이 아니고 포기였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판결의 의미를 잊어서는 안됩니다. 타협할 수 없는 것을 타협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됩니다. 그러다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리고 버림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 간격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고백해야 합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사람을 살리는 정치, 국가를 살리는 정치는 대한민국에서도 시작될 것입니다.

 

정미경 국회의원(한·수원 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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