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기록이 측정된 후 역대 4위에 해당하는 진도 9.0의 강진이 일본 도호쿠 지역을 강타했다. 평화롭던 작은 도시가 순식간에 지도상에서 사라졌고 원전 방사능 유출로 일본열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어려움에 처한 일본을 돕자는 도움의 손길이 전 세계 각지에서 쇄도하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일본 지진참사가 세계 경제와 자국의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CNN은 재해위험 분석 기업 ‘Eqecat’의 분석을 인용해 이번 지진으로 발생한 피해 총액이 과거 세계에서 발생한 자연재해 피해액 중 최고치에 달할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또한 지진으로 인한 피해액은 주택 등의 손해 200억 달러(약 22조5천500억 원), 도로와 철도, 항만시설 등 인프라 손실액 400억 달러(약 45조1천300억 원)를 포함해 적어도 1천억 달러(약 112조8천3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 감소로 타격
우리 정부도 일본 지진 참사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부처별 대책회의를 갖고 분야별 영향 정도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분석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일본에서 부품을 조달받는 반도체와 고철을 들여와 원료로 사용하는 제철산업은 일시적으로 영향을 받겠지만, 가격 상승으로 극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인적교류를 바탕으로 하는 관광산업은 일본인 관광객 수 감소로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 참사가 우리 국민의 일본 여행과 일본인의 방한에 일정기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여행업, 호텔, 면세점 관련 주식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0년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879만7천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이중 일본인 관광객은 302만3천명으로 전체 관광객의 34.4%이다. 연평도 포격 이후 일본인 관광객의 방한이 잠시 주춤했지만, 최근 명동에 일본인 관광객이 넘쳐나, 2011년 1천만명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정부의 목표가 순탄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번 지진 참사로 일본인 관광객의 방한이 일정기간 주춤할 수밖에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미국에서 9·11 테러가 있은 후 뉴욕시를 찾은 관광객이 대폭 감소됐다. 그로 인해 뉴욕시의 여러 관련 산업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이를 극복하고자 브로드웨이의 연기자들이 뉴욕을 찾아달라는 광고를 했다. 이 광고는 적극적으로 손님을 맞이하지 않아도 뉴욕을 찾는다는 기존의 오만한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 동해에 잠수함이 침몰해서 강원도로 가는 모든 도로가 봉쇄된 후 속초시, 강릉시의 지역경제가 휘청거렸다. 그 전에는 관광객의 방문으로 도로가 혼잡하다며 관광객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던 사람들도 막상 지역경제가 타격을 받으니까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인식했다.
빠른 시일 내 정상화 되길
‘순망치한’,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이 있다. 일본과 한국은 그만큼 상호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일본 경제가 어려우면 우리 경제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관광이라는 인적교류가 감소하면 중장기적으로 항공부문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관광산업은 문화접촉을 가능하게 해주는 매개체 산업이다.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 국가와 국가 간을 연결해주는 관광산업이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더불어 이번 참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을 전달해줄 수 있도록 우리 국민의 적극적인 구호참여가 많이 이뤄졌으면 싶다. 한범수 ㈔한국관광학회장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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